13화 고혈압 스트레스

검진센터에서 만나게 되는 흔한 성인병은 고혈압이다. 혈압을 재는 것은 물론이고 문진항목에도 혈압약의 복용여부, 고혈압 가족력이 있다. 그만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고혈압이 의심되는 수검자의 반응도 다양하다.

 

-높은 혈압(수축기혈압)이 계속 159, 156 정도가 나와서 내가 혈압이 높다고 했더니 평소에는 이렇게 안 나온다면서 고개를 갸우뚱하신다. 평소에는 어느 정도냐고 여쭤보니,

-151 정돈데요!

 

-높은 혈압이 140 조금 넘게 나왔다. 140 이상은 2차 검진이 나온다고 말씀 드렸더니 다시 재고 다시 재서 기어이 139를 만들어 놓고 가시는 분.

 

-이분은 평소 혈압이 103/72정도라고 하시면서 혈압을 쟀다. 높은 혈압(수축기 혈압)이 88이 나오자 이게 무슨 사람의 혈압이냐, 엉터리 혈압계를 갖다 놨다, 이래도 되느냐며 역정을 내시고 다시 재니 96이 나왔고 나름 만족 하셨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수검자는 만40세의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다. 생애전환기 검진 대상자이다. 혈압을 재니 140이 넘게 나왔다. 혈압이 높아서 이대로라면 2차 검진 대상이니 검진이 끝나기 전에 꼭 다시 재보자고 했다. 내가 혈압약을 먹기도 하고 보통 일반인 중에 고혈압약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분이 많아서 고혈압이 의심되는 분을 만나면 정확히 진단받고 필요하면 약을 드시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린다. 이분에게도 그런 설명을 붙이자 불만을 털어놓으셨다.

 

-혈압이 높단 얘기는 군대 때부터 들었어요. 병장 때 군의관이 그러더라구요. “너 제대시켜줄까?” 본태성 고혈압이라나. 언제나 신검을 받으면 재검이 나오고. 직장에서 건강검진 받을 때도 그랬구요. 후우! 답답한 건 그럼 뭘 어떻게 하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없고 다 혈압이 높다는 둥 살 빼라는 둥 운동하라는 둥 약 먹으라는 둥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제대로 처방을 해주던가!

혈압 얘기만으로도 짜증난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제대로 된 처방은 약 먹는 거 아닌가? 무슨 처방을 원하신 걸까? 아무튼 거기다 대고 또 혈압 얘기를 했으니.

 

다른 검진이 끝나고 다시 혈압을 쟀지만 여전히 혈압은 140을 넘었다. 몸집이 있어서, 즉 비만 때문에 혈압이 높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검자가 젊은 시절 진단 받은 본태성고혈압(또는 원발성고혈압)이라는 것이 원인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암튼 혈압이 실재로 높은 경우에게 내리는 진단이다.

 

본태성 고혈압

정의 : 본태성 고혈압(primary hypertension)은 원인 모르게 오는 고혈압을 말하며 대부분(약 90% 이상)의 고혈압을 차지한다. 즉 체질적으로 혈압이 높은 경우를 말한다.

증상 : 두통, 이명, 현기증, 불면증, 불안, 피로감, 출혈, 심계항진, 흉부통증,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증상이 별로 없는 경우도 많다.

원인 :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으나, 유전적인 소인이 강하여 가족 중에 고혈압이 있으면 본태성 고혈압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치료 : 금주, 금연, 운동, 체중조절 등 생활습관의 교정은 일시적으로 혈압을 낮출 수 있으나, 유전적인 소인이 원인이므로 약물치료를 평생 해야 한다.

 

검진을 다 마치고 귀가하시는 수검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고혈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 남일 같지 않았다.

의료계에선 혈압약의 최고 부작용은 장수라는 농담이 있다. 혈압약 뿐만 아니라 당뇨약 등 주기적으로 그것도 계속 먹어야하는 약에 대한 편견은 잘 사라지지 않는다. 그 이유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