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주사는 싫어

검진을 받으러 부부가 함께 오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이와 무관하게 노부부, 젊은 부부, 오늘 오전에는 부부는 아니지만, 남녀 고등학생이 함께 오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학생건강검진은 하질 않아 돌아가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분들도 부부다. 남편분은 이미 1차 검진을 했고 오늘은 위암 검진, 위내시경 검사를 하실 차례다. 전에 내가 일이 아주 서툴렀을 때 문진을 도왔던 분이기도 하고 나와 나이가 같아 기억이 났다. 부인은 1차 검진과 수면 내시경을 하러 오셨다. 남편분이 복부초음파에 대해 궁금해하시기에 답해드렸더니 여기서 하느냐고 되물으셨다.

 

-그럼요 여기서 하죠.

와, 한군데서 다하니 편하네요!

 

초음파 검사를 끝내고 남편분이 내시경실로 먼저 들어가셨다. 잠시 뒤 갑자기 후다닥 나오시는 게 아닌가? 엥? 뭔 일이야?

 

주사 맞는 거면 나 안 해!

-?… ??

어휴, 주사는 무서워서! 못 맞아!! 나는 내시경 할 때 주사 맞고 하는 줄 몰랐지. 주사 맞으면 못해요. 어휴, 못해, 못해… 어휴 주사…

손사래를 치면서 부인 곁에 다가가 앉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때 부인의 말씀 한마디.

 

빨리 안 들어가!

 

바로 들어가실 줄 알았다. 안 들어가심. 병리 선생님이 거드셨다.

 

-아니 전에 피도 뽑으셨잖아요. 그럼 그때 피는 어떻게 뽑으셨어요?

… … …

-그냥 들어가세요.

 

팔을 잡고 살며시 당겼다. 나를 보며 배실 웃으신다. 아마도 주사가 무서워 못하겠다고 하는 자신도 좀 쑥스러우신가 보다. 별다른 저항 없이 끌려 일어나셨다. 가볍게 밀며 내시경실로 모시고 갔다.

※내시경 검사 전에 맞는 주사는 ‘진경제’로 장의 운동을 일시적으로 억제한다. 장이 움직이지 않아야 잘 볼 수 있고 필요할 때 조직검사도 용이.

 

어이쿠, 내가 주사라면 워낙 질색이라, 전에는 안 맞았던 것 같은데…

 

눈을 질끈 감고 잘 참으셨다. 내시경을 기다리며 누워 계실 때 문득 지난번 1차 검진 때 한 말씀이 생각이 났다.

 

-혹시 전에 마라톤하신다고 하셨던…

예예.

-아하, 맞죠? 마라톤 하시면 일주일에 몇 번 정도 뛰세요?

한 달이면 한 3, 4 백 킬로 뛰어요.

-와, 3, 4백이요? 그럼 완주도 많이 하셨겠네요?

5번 완주하고 하프는 수도 없이 뛰었죠. 이게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은 혼자 양양까지 뛰어갔다 오기도 했죠.

-대단하시네요. 아참, 그 뭐라나 ‘러너스 하이’ 그런 게 정말 있나요?

몇 번 경험했어요. 온몸이 찌릿하고 뭐랄까 정말, 그게 오르가즘보다 몇 배는 더 세다고 하잖아요.

 

그렇게 뛰는 얘기, 운동화 얘기, 마라톤 시작 요령, 건강이 좋아지니 술을 더 먹게 된다는 얘기 등등 한결 긴장이 풀어지신 것 같았다. 본인의 내시경 검사를 마치고 이어 부인의 수면내시경 검사도 같이 지켜보셨다. 수면이 깨길 기다리시면서 또 이런 저런 얘기가 이어졌고 어쩌다가 골밀도 검사까지 나왔다. 그리고 여기서 가능한지 물어보셨다. 물론 된다고 말씀드렸다.

 

와, 한군데서 다하니 정말 편하네요!

 

수면에서 깬 부인이 말씀하셨다. 역시 부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