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깜빡의 흔적2

오늘도 비가 내린다.

유비무환, 비가 오면 환자가 없다는 오래된 속설을 소리죽여 맘속으로 읊어 보는 날이기도 하다. 아무튼, 검진을 하고 가시면서 깜빡 잊어서 놓고 가시는 물건 중에 가장 흔한 것은 역시 우산이다. 온종일, 계속 내리면 그나마 덜 한대 중간에 비가 그치거나 애매하게 오거나 하면 여지없이 놓고 가신다. 하지만 잘 잃는 물건이라 그런지 오히려 가다가 생각나서 금방 다시 오시는 분도 많다. 해서 이런 날이면 이면지에 ‘우산’이라고 검은 유성 사인펜이나 파란색 볼펜으로 큼지막하고 굵게 써서 검진센터 입구의 반자동 유리문에 붙여놓는다. 다들 ‘우산’을 보시고는 씩 웃고 가신다. 나름 효과가 있다.

 그런데 날씨에 상관없이 우산 다음으로 많이 놓고 가시는 물건이 있다.

 

띠리리리~

네, 하나내과 건강검진센텁니다.

-네, 검진하는 데죠?

네~, 말씀하십쇼.

-제가 어제 거기서 검진을 했는데요. 목걸이를 두고 온 거 같아요. 엑스레이실인가… 혹시 목걸이 못 보셨나요?

 

주로 엑스레이를 찍거나 심전도 검사를 한 뒤에 목걸이, 반지, 시계 등을 놓고 가시는 경우다. 검사의 특성상 금속류가 있어서는 안 되므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수검자든 검진센터의 직원이든 아무리 조심해도 말이다. 그래서 검진하실 때는 아예 처음부터 목걸이, 반지는 댁에 잘, 소중하게, 잃어버릴 수가 없도록 반드시, 꼭 놔두고 가시기를 바란다. 설사 내가 검진하는 동안 집에 도둑이 들어 훔쳐 가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흠, 이건 너무 심했다. 그래도 검진센터에 놓고 가는 일보다는 적은 확률일 테니까.

 

며칠 전 나의 영원한 검진센터 사수, 문 샘으로부터 반가운 문자를 받았다. ‘검진실 블루스’의 소재 고갈 소식에 제보를 해주신 것이다. (쌤, 고마워요. ^^;) 방사선과 샘들은 아마 다들 비슷한 경험담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사연이자 또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사연이기도 한 그렇고 그런…

 

-내가 얼마 전에 여기서 검진을 했는데 그날 이후로 목걸이가 없어졌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 밖에 없어요. 수상해. 여기서 가져간 거 아냐? 훔친 거 아니냐고!

 

 

…비가 와서인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