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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동갑내기 비교하기

오늘 검진하러 오신 분 중에 네 분이 나와 동갑이다. 공교롭게도 한 분은 주민번호 앞자리까지 같았다. 비슷한 연배의 분들이 오시면 나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는데 오늘따라 동갑이 많으니 호기심이 더 발동했다. ‘라테는 말이야’ 고무줄 호적에다 음력까지 섞여서 진짜 동갑은 아닐 수도 있지만 아무튼. 가장 먼저 비교하는 건 아무래도 외모. 머리카락 숱, 눈가의 주름, 배가 나왔나, 피부의 윤기는… 등등. 같은 시대를, 거의 같은 시간만큼 산 사람으로서 누가 더 나이 들어 보이나, 젊어 보이나 따지는 본능 같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그건 당연히 알 수 없으니 비교의 근거는 내가 지금 보고 느낄 수 있는 외모와 말투, 행동 그리고 검진 결과이다.

 

나를 포함한 5명의 표본은 통계로는 아무런 가치도 없겠지만 일단 보자. 아참 나는 아직 올해 검진을 안 해서 2년 전 결과를 집어넣었다.

5명 중에 2명 과체중. 1명은 비만. 1명 탈모. 투약 중이 3명. 나는 고혈압, 고지혈, 1명은 당뇨와 기타. 1명 고혈압, 당뇨, 고지혈. 암은 1명, 바로 나.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한국의 현실에 비하면 낮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암 가족력을 가진 3명을 합치면 어느 정도 이해할 만. 위내시경 결과는 5명 모두 위염. 2명이 만성표재성위염 경증, 2명 중등도, 1명 미란성 위염. 네 분 중에 두 분은 대장내시경도 하셨는데 1명은 용종 제거. 운동 쪽을 보면 2명은 신체 활동 부족. 4명이 근력 운동 부족. 흡연은 1명. 4명이 음주. 대충 이 정도를 당일에 알 수 있었다. 다음날 엑스레이와 혈액, 소변 검사 결과 등이 나온 걸 정리하니 2명이 간수치가 약간 높았고 흉부 엑스레이 결과 1명이 코로나 이후 특히 많아진 판독 결과인 ‘과거 염증 흔적’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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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하면 약을 안 드시는 2명 중 1명이 당뇨 경계치, 1명이 콜레스테롤과 혈압이 경계치였고 더 범위를 넓혀 분변잠혈검사, 유방암, 자궁경부암 결과까지 다 모아보니 분변잠혈검사를 하신 2명 모두 음성(정상)이 나온 걸 빼면 ‘염증이 있다, 관리 요한다, 약을 계속 드셔라. 언제 재검해 보시라’ 등 토가 달렸다. 다시 말해 분변잠혈검사 항목을 제외하면 5명 중에 단 1명도 ‘특이소견 없으시나 정기적으로 검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사실상 ‘정상’ 판정을 받은 사람이 없었다. 해서 다음과 같은, 누구나 알만한 결론에 이르렀다.

 

이제 정상이 아닌 게 정상인 나이가 되었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꽤 썼으니 관리나 잘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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