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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실내화

검진하러 오시면 보통 예약하고 오시거나 예약 없이 그냥 오시거나 둘 중에 하나다. 예약하신 분에게는 일단 검사 전에 소지품은 사물함에 넣어 잠그고 신발은 실내화로 갈아 신도록 안내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일반검진만 하시는 분은 키와 몸무게를 잴 때를 빼면 신발을 벗을 일이 없다. 반면에 위암 검진이나 간암 검진은 신발을 벗고 검사를 위한 베드에 누워야 하기 때문이다.

 

검진 때문에 오시는 분은 대개는 간편한 복장이다. 여기서 잠깐, 검진하러 가실 때의 요령을 말씀드려 보자. 입고 벗기 편한 단순, 간편한 복장은 기본, 너무 화려한 옷이나 원피스 종류는 피하시길. 터틀넥처럼 목을 꽉 죄는 옷도 마찬가지. 귀걸이나 목걸이, 팔찌 같은 장신구는 되도록 집에 놔두고 오시는 게 좋다. 검사에 따라 금속류를 풀어놓거나 옷을 벗어야 할 때가 생기는데 때문에 목걸이를 놓고 가시거나 옷 벗기가 불편해서 괜한 신경이 쓰이거나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면내시경 검사 때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집게손가락 첫마디에 착용하는데 너무 진한 매니큐어나 네일아트 등은 정확한 측정을 방해하므로 역시 피하시는 게 좋다. 써 놓고 보니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이라 잔소리가 되었다.

아무튼 바야흐로 여름이다.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요맘때는 옷만이 아니라 신발도 편한 걸 이용하신다. 해서 ‘쓰레빠’라고 부르는, 입에 짝짝 달라붙는 이름을 가진, 편한 신을 신고 오시는 분도 많다. 일단은 실내화를 권하기는 하지만 신고 벗기가 편하시다면야 굳이 갈아 신으실 것까지야 뭐.

그런데 언제부턴가 검진센터의 실내화 중에 낯선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까매서 원래 검진센터에서 준비해 놓은 실내화와 언뜻 봐서는 구별이 잘 안 되는 신발. 세어보니 남성용 실내화 한 켤레라 없고 대신 이 신발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있었지? 물건을 두고 가시면 전화를 해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고 찾으러 오시는 게 보통인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누군가 바꿔 신고 가신, 즉 실내화를 신고 가신 것을 발견하고선 당일 검진을 하신 분에게 전화하고 못 찾아서 며칠 전에 하신 분들까지 연락해보았지만 결국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일단 기다렸다. 그렇게 한 달이 가고 반년이 가고, 2년 정도 보관하다가 폐기한 신발이 있었는데…

 

이 신발은 또 얼마나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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