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어린 보호자

50대의 아주머니가 꼬마와 함께 오셨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여서 늦둥이 따님인줄 알았던 꼬마는 손녀였다. 말하자면 내가 만난 제일 어린 보호자다. 검진이 시작되고 이 어린 보호자는 덩그러니 홀로 있게 되었다. 보호자를 접대 하는 게 도리인 것 같아 말을 걸어 본다.

 

이름이 뭐예요?

-%&이

예?

-%&이

아, 지은이(가명)! 지은이 몇 살?

-#$@ 살

엥?

-#$@ 살

아, 다섯 살이요? 음…

 

여기까지다. 딱히 더할 말이 없어 고민하는 사이에 관록의 병리사, 박 선생님이 다가와서 지은이에게 대담한 질문을 하신다.

 

남자 친구 있어? 남자친구?

-둘이요.

 

허걱! 남자 친구?! 남자 친구가 둘이나 있다는 사실을 박 선생님이 일보러 가시는 뒤에 대고 한 번 더 확인해주는 지은이였다.

 

-남자 친구 둘이야. 둘 있어.

대답을 잘하는 어린 보호자. 나도 그걸 물어 볼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잠시 뒤에 내시경 준비가 되었고 늘 하듯이 나는 보호자의 참관을 권했다.

 

지은이도 같이 볼래요? 이리와요!

 

순간! 삑삑 기계소리, 각종 장비들, 조명을 낮춘 검사실, 모니터로 비춰지는 불그레한 속살, 원장님의 연푸른 가운, 검진 동안의 헛구역질, 약간의 약냄새, 주사기… 이런 이미지들이 머리를 스쳤다.

보이는 게 과연 좋을까? 혹시 병원에 대한 공포가 생기면 어쩌지? 그래서 앞으로 평생 병원에 가기 싫어하면 어쩐다? 보호자 참관이라는 원칙 때문에 한 개인에게 그런 불필요한 공포를 심어주는 게 과연 옳을까? 아니지, 본다고 꼭 그런 게 생길까? 예방 접종이다 감기다 해서 이미 병원이 익숙하지 않을까? 난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2~3초가 지나도록 판단이 서질 않아 이렇게 얘기하고 말았다.

 

잠깐만 밖에서 기다려 줄래요? ^^ 그래 잠깐만!

 

보는 게 나았을지 아닐지, 또 이게 그렇게 고민할 일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지은이는 지금까지 내가 만난 가장 어린, 예쁜 보호자였다.

 

 

 ※내시경검사를 할 때 보호자가 직접 참관하는 것은 박성진 원장의 원칙. 검사를 하는 의사는 부담스럽지만 수검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직접 보고 그 자리에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신뢰도가 높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