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자세의 진화

검진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로 업무가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나의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수면내시경 보조’이다. 초보일 때야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었으니 보통 출근하자마자 예약 일정을 확인하고 수면이 언제 있는지, 몇 명인지 등을 파악하고 수첩에 적고 기억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다른 일을 하다가 ‘수면이요’, ‘잡아주세요’ 등등 내과 샘의 신호를 받으면 내시경실로 가면 그만이다. 그만큼 나의 ‘수면내시경 보조’가 그 어떤 경지에 올랐달까?

이렇게 어떠한 돌발 상황이라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경이적인 자세가 완성되었다. 내가 봐도 자부심이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세상에 정답이 없듯이 이 완벽한 자세에도 허점이 있었으니.

이 자세로도 제어가 안 되는 수검자가 일 년에 한두 명은 꼭 있다. 처음에는 이런 분을 만나면 내가 왜 무너졌을까, 허점이 무얼까, 근력을 키워야 한다는 둥 내 안에서만 문제를 찾기 일쑤였다. 하지만 어느 날 깨달았다. 세상에는 내 힘만으로는 안 되는 게 있다는, 내가 아무리 뭔 짓을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해서 이제는 겸허하게 받아들일 뿐 자책하지 않는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나저나 참 무더운 여름이다. 그래도 병원이 젤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