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141화 암검진이란 또 무엇인가? -7-자궁경부암
⑪ 자궁경부암검진에 대하여
자궁경부암검진은 만 20세부터 2년마다 나오는 여성 대상 검진이다.
암검진 시기가 가장 이르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이 암도 특징이 있다. 위암처럼 느닷없이 갑자기 생기는, 생길 수 있는 암들이 있다. 그런데 자궁경부암은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조금씩 비교적 천천히 암으로 바뀐다. 따라서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서 암이 되기 전에 발견하기 쉽고 게다가 암 중에서 유일하게 백신(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이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이를수록 효과적이고 확실한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방법은 자궁경부에서 세포를 채취하여 이상 여부를 관찰한다. 유방암검진처럼 식사와는 무관한 검사지만 생리 기간 또는 전후는 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성 경험이 없으면 권하지는 않는데 고민이 되시거나 특히 증상(질 출혈, 냄새가 심한 분비물 등)이 있을 때는 꼭 의사와 상의하시길 바란다.

의심되는 어느 부위에서 조직을 채취해 암인지 아닌지 가리는 검사가 아니고 딱 자궁경부에 있는 세포를 관찰하기 때문에 병변위치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검진 기록지>나 <결과 통보서>에도 ‘상태’와 조치에 대한 언급만 있다.

“자궁적출술을 했는데 자궁경부암검진을 해야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