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여름나기

폭염, 폭서, 불볕더위… 더운 여름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말들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든 주기적인 기상 현상이든 아무튼 덥다. 폭염이 늘어나니 폭염대피소가 만들어지고 거리의 횡단보도엔 그늘막도 생길 정도다. 이런 여름에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곳은 어딜까? 유명 관광지? 계곡? 바다? 내게는 검진센터다. 병원에서 일하고 작업실도 병원 안에 있으니 당연히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다행히 제일 시원한 곳이기도 하다. 실내근무를 하시는 분들은 다들 회사가 제일 시원하다고 여기시는 것처럼 말이다. 병원은 왜 시원할까? 물으나 마나 꼭 더위에 지친 분은 아니더라도 대개는 어딘가 불편해서 오시는 곳이 병원이니 잠깐이라도 더위를 피할 수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일 거다. 또 그런 이유로 조금만 기온이 올라가도 에어컨을 켤 수밖에 없는 곳이 병원이기도 하고. 지난 5월에도 틀었을 정도니까. 따지고 보면 서비스업종이 다 마찬가지겠다. 해서 우스개로 여름에 젤 시원한 곳은 병원과 은행이라고 하지 않나.

 

냉방병이나 감기 등등 에어컨을 피해야 하는 경우는 빼더라도 그렇다고 더위를 피하자고 일부러 병원에 가시라고 권하기는 좀 그렇다. 아무래도 아픈 분이 오시므로 감기처럼 전염이 우려되는 질환은 감염 기회가 더 늘어나니 말이다. 해서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일단 의료인이 일반인보다 유병률이 높다는 점은 다들 이해하실 것이다. 나 역시 감기를 달고 살았고 그때마다 약으로 버텼다. 검진을 받으러 오시는 분이 아파서 오시는 경우는 드물지만, 검진센터에서 내과 검사도 같이하다 보니 그런가 보다. 그렇다고 콧물을 질질 흘리거나 기침을 해대며 수검자나 환자를 대할 수도 없고 한편으론 ‘약발’도 잘 받는 편이라 효과도 좋으니 안 먹을 이유가 없었다. 근데 항암 이후로는 철저하게 마스크를 쓰고 손을 엄청 자주 씻어야 했다. 그래서일까? 지난겨울, 봄을 지나 지금까지 감기에 걸리지 않은 경이적인 개인기록을 세웠다. 역시 예방이 최고?

 

그러던 어느 날이다. 원장님의 판정 사인을 받기 위해 검진기록지를 들고 내과로 내려갔을 때였다.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그런지 내과가 모처럼 한산했는데…. 어헛! 여름을 대단히 잘 나고 계신 분이 보였다. 어떻게 저런 자세가 가능한지 당연히 만화가의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이제 장마도 오고 무더운 여름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으니 건강 관리 잘하시고 생각나시면 미리미리 건강검진도 받으시길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