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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주소도 없고

프린터로 뽑은 건강검진 결과통보서를 병리 샘이 작성하시는 검진기록과 대조한다. 수검 날짜, 이름, 항목 등등 다 맞는지 혹시 빠진 것은 없는지 확인한다. 그렇게 발송 작업을 하고 있는데 받는 사람의 주소가 없는 통보서가 나왔다. 000 님의 것이다. 잠깐 뭐지 싶다가 하나둘씩 기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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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에 메시지창이 연신 뜬다. 내과에서 보낸 거다. 그런데 메시지만으로는 무슨 일인지 도통 모르겠다. 그냥 내과 내선 번호를 누른다. 띠~

 

000 님? 이게 무슨 말이에요?

-아. 이제 찾았어요. 000 님, 에이~ 12월 00일(토요일)에 예약하신 분이네. 근데 오늘(토요일)로 알고 오셨어요. 아이고~ 할 수 없죠, 뭐. 늦더라도 (중간에 끼워서) 해주세요.

 

어떻게 두 달이나 착각하실 수 있지? 000 님이 오셨다.

 

-아니 나는 예약했는데, 하루 이틀 언제 오라 그러나 요렇게 기다리는데, 하도 전화가 없는 거야. 그래서 왔어.

며칠 전에 예약하셨다면서요? 그럼 오늘로 예약을 하셨을 리가 없는데. 많이 밀려 있어서.

-오늘로 했어. 근데 기다리고 기다려도 전화를 안 주는 거야.

예약하신 날짜는 12월 00일 토요일이래요, 다 다음 달이요.

-그니까, 토요일! 오늘로 잡았다니까. 그래 온 거야. 내시경 할라고.

 

아예 내 말을 듣지 않으신다. 차트를 보니 주소란에 ‘□□1동’만 덩그러니 있고 번지수가 없다.

 

…주소는 어떻게 되세요? 결과지를 받기 편하신 주소요?

-저기 1단지 그 앞이야. 저기 그 아래 신작로 있잖아, 거기.

(신작로!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인데 그나저나) 번지가 어떻게 되는데요?

-몰라 그거는. 아이고, 하하하. 그 저기 △△△△가 있잖아 왜, 거기 아랜데…

번지수를… 모르신다고… 아…

 

전화번호도 000 님의 핸드폰을 받아서 내 번호를 눌러 확인해야 했다. 혹시나 했는데 차트에 있는 번호와 한자리가 달랐다. 검사를 잘 하실 수 있을까 걱정까지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12월에 다시 오시라고 하는 게 더 무리일 것 같아서, 그래 차라리 지금 하시는 게 낫겠다 싶었다. 끝내 주소를 확인하지 못하고 접수했다. 가시기 전에 어떻게라도 주소를 알아내면 되겠지 했는데.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내 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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