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47화 38485868...

3848586878, 자리를 걸러 8로 이어지는 특별한 암호도 아닌 그냥 그렇고 그런 이 숫자가 내 머릿속에 박혀있다. 다름 아닌 38년생, 48년생… 그렇다, 몇 년생 할 때 연도에 ‘날 생’자를 붙이는. 외우고 있다는 말은 거창하고 그저 검진센터 일과 관련하여 인이 박였다는 게 맞겠다. 접수할 때 58년생이라고 하시면 나도 모르게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는 뭐 그렇고 그런.

 

해가 바뀌면 늘 하는 단순한 일이 있다. 접수대에 붙어 있는 몇몇 포스트잇을 떼고 새로 붙이는 일이다. 검진 본인부담금의 액수, 올해 생애전환기, 그러니까 만40세, 만66세에 해당하는 출생 연도를 적어 새로 붙인다. 왜 많이들 그러시지 않나? 해가 바뀌었는데도 한동안 전년도 숫자를 계속 쓰는 일. 그거야 바로 고치면 그만이니까 괜찮은데 생애전환기검진에 해당하는 분을 놓치면 검사 내용이 아예 달라져서 꼭 기억해야 한다. 다른 해에는 없는 두 검사, 골밀도와 B형 간염 검사가 있기 때문이다. 골밀도(골다공증) 검사는 만66세 여성, B형 간염 검사는 만40세 검진에만 있다. 이 두 번의 검진은 생애전환기라는 이름에 걸맞게(?) 본인부담금이 없었다. 그런데 바뀌었다. 따라서 이제는 생애전환기에 해당하는 두 연도만 기억했다가는 실수하기 딱 좋다.

일단 B형 간염 검사는 변함없이 만40세만 해당한다. 골밀도 검사는 만54세(여성)가 추가되어 만66세(여성)와 함께 한 차례 더 늘었다. 아울러 40세 66세 검진이라도 본인부담금, 즉 검진을 하고 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반면에 분변잠혈 검사는 자궁경부암 검진처럼 본인부담금이 모두 없어졌다. 위암, 유방암, 간암 검진에 본인부담금이 있거나 없는 기준이 매해 달라진다. 내게는 왜 본인부담금이 있는지, 내지 않던 본임부담금이 올해 왜 갑자기 생겼는지 궁금하시면 건강보험공단(1577-1000)에 문의해보시길 바란다. 나도 잘 모르고 또 검진센터에서 맘대로 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문진. 생애전환기 검진에만 있었던 문진이 있다. 정신건강(우울증), 생활습관(흡연, 음주, 운동, 영양, 비만), 인지기능(43화 참고), 노인신체기능(검사와 문진) 등이다. 이것이 통합, 확대되어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러다보니 2년 또는 4년마다 해당하는 문진이 달라서 그것을 확인하고 추가하느라 접수 시간이 늘었다. 신체계측을 하며 문진을 돕던 시간도 늘었다. 문진표도 두툼해지고 당연 결과통보서의 양도 많아졌다.

 

문진항목은 본인이 직접 작성하라고 되어있지만 실제로 해보면 적잖이 까다롭다. 건강검진이 자주 하는 일도 아니고 용어나 내용도 익숙하지 않으니 젊은 수검자조차도 문진표를 정확하게 작성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특히 운동(신체활동) 문진은 양도 많고 어렵다. 이걸 80세, 70세, 60세 수검자에게 직접 작성하시라고 한다고? 취지는 좋은데 현실성이 떨어져서 현장의 일거리만 더 늘어나는 그 '흔한' 일이 여기도 예외 없이 벌어진다.

오늘도 재주는 곰이 부린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