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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속 쓰림

오랜만에 위암 검진을 했다. 오랜만에?! 검진 받으시라고, 연말 북새통을 피해 미리미리 하시라던 검진센터의 직원이 정작 자기는 하지 않았다. 40세에 난생 처음 위내시경 검사를 했을 때 헬리코박터로 생긴 심한 위염이 나왔고 제균 치료를 해야 했다. 그 뒤로는 2년마다 잘 받았다. 그러다 덜컥 암에 걸렸고 항암치료 하는 동안은 그 핑계로 안 했다. 이제는 더 미룰 명분도 없어 했는데 얕은 위궤양이 있어 조직검사를 했고 아프거나 쓰린 증상 같은 건 없지만 일단 위염약 처방을 받았다. 며칠 뒤에 나온 조직검사 결과는 헬리코박터로 인한 만성 활동성, 미란성 위염. 다시 제균 치료가 필요했다. 처음처럼 말이다.

과식이나 과음을 해도 평생 속 쓰림 없이 살았다. 나처럼 실제로 위염은 심한데 통증을 못 느끼는 경우를 의학적으로는 통증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뎌졌다고 한단다. 반면에 위는 멀쩡한데 스트레스 등으로 쓰리고 아픈 신경성 위장장애(기능성 위장 질환)는 없는 걸 느끼는 통증이다. 비교하면 한쪽은 문제가 있는데 안 아프고 다른 한쪽은 문제가 없는데 아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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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전, 위 통증을 모르고 살았던 내가 바로 그 ‘속 쓰림’을 느꼈다.

그날도 08시 15분, 평소처럼 접수대에 앉아 자판을 눌렀는데 모니터에 서버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 보통은 의원 전체 인터넷이 안 될 때 이런다. 나는 하던 대로 내과에 인터넷이 안 된다고 알렸다. 그런데 내과는 잘 된단다. 뭐지? 이상해서 검진센터의 병리실, 방사선실, 내시경실, 초음파실을 다 가봤다. 모두 인터넷이 된다. 그럼 접수대의 문젠데… 해서 접수대 컴퓨터에 연결된 공유기의 전원선과 랜선을 뺐다 끼우고 공유기로 들어오는 랜선도 뺐다 끼우고 별짓을 다해도 안 되었다. 검진 시간은 다가오고 슬슬 검진할 분들이 오시는데 말이다. ‘그럼 다른 컴으로 접수해야 하나? 방사선실 컴은 멀고 조금 더 가까운 병리실 컴은 병리샘이 쓰셔야 하니 초음파실 컴으로?’ 그때다. 갑자기 속이 쓰리기 시작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통증이다. 설사할 때 나타나는 복통하고 달랐다. ‘아, 이게 속이 쓰리다는 거구나’

 

그 속 쓰림을 느끼며 다시 20여 분을 날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작업실에 있는, 지금은 안 쓰는 공유기의 전원선을 가져와서 꽂았다. 주황색 엘이디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아까 전원선을 뺐다 끼우면서도 불빛이 없는, 전원이 안 들어가고 있는 걸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와, 멍청하게! 아무튼 연결됐으니 한숨 돌리고 허겁지겁 일을 시작했고 오전 내내 속이 쓰렸다.

그러고 나서 주말 술 약속 때문에 타 놓고 그대로 뒀던 제균 치료제를 먹고 있는 요즘은 심하지는 않지만, 가끔 속이 쓰린 걸 느낀다.

궁금하다. 뭐가 바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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