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화 세 친구

세 분이 함께 오셨다. 친구 사이 같다. 위내시경 검사는 예약을 하셔야 해서 지금 받기는 어렵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세 분 모두 작년에 받았다고 오늘은 받을 수 있는 것만 받고 가겠다고 하신다. 조회를 해보니 두 분은 올해가 검진 연도가 맞지만 다른 한 분은 분변잠혈 검사만 해당할 뿐 다른 검진은 대상이 아니었다. 고무줄 호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출생년도가 다르신 거다. 대상자, 대상 항목은 공단에서 정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드렸지만 왜 당신은 해당이 안 되냐고 서운해 하시는 눈치다. 그렇게 접수를 하고 이것저것 검진을 하고 가셨다.

이분들이 어려서부터 친구였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 하고 계신 차림새나 분위기로 보면 아주 비슷하다. 걷기 편한 신발, 짙은 색의 주름 잡힌 바지, 외투, 한쪽으로 멘 작은 가방, 파마한 머리. 보통의 할머니 하면 생각나는 전형적인 차림새이기도 하지만 세 분이 가방을 멘 방향까지 같다 보니 친구는 친구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문득 어제 내시경 검사를 하고 가셨던 젊은 세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다. 친구끼리 오시는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드문 편이고 한 사람이 내시경을 한다고 친구가 둘씩이나 함께 따라오는 것은 더 드물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용하는 분이 대부분 40세 이상인 평소에 비교해서 유난히 웃음소리가 크고 끊이지가 않았던 어제였다. 30대 초반이고 그중 한 분은 임신 중이었던 세 친구. 낙엽만 굴러가도 웃는다는 얘기가 딱 들어맞는 분들이었다.

혹시 어제 온 젊은 세 분의 40년 뒤가 오늘 오셨던 세 분의 모습일까? 아니면 오늘 오신 세 분의 40여 년 전 모습이 어제 오신 세 친구이었을까?

 

머릿속에서 나 혼자, 내 맘대로, 아무렇게나 시간 여행을 한다. 아니지, 어쩌면 이분들이 진짜 시간여행을 했을지도…

 

아무도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가는 것은 원하지는 않으시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