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134화 그렇다면 일반건강검진이란 무엇인가? -3-결과통보서
④ 일반건강검진 <결과 통보서> 바로보기
검진 결과 통보서를 받았다. 이제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 하나하나 살펴본다. 봐도 잘 모르겠다. 한두 번 한 것도 아닌데, 그냥 대충 보고 던지려다가 회사에 보여줘야 하니 잘 놔둔다.
검진 결과에 대해 문의하시는 모습을 보면 꼼꼼하게 보고 또 알고 싶은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거나 대강 훑어보고 마는 즉, 신경을 안 쓰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유는 일단 복잡하다, 이러고 저러니 ‘정기적으로 검진’하고 ‘건강관리’ 잘하라는 뻔한 잔소리다, 내 상태는 내가 잘 알지… 등. 물론 내용을 잘 이해하시는 분도 있지만.
그래서 통보서를 가지고 ‘건강검진이란 무엇인가?’를 풀어보려 한다.
문진표가 그랬듯이 통보서도 정해진 틀이 있다. 먼저 주소, 이름이 보이고 바로 아래는 ‘판정’이라고 하는 지극히 단순한 네모 표시가 있다. 그 아래는 좀 더 구체적인 ‘소견’. 다음은 검사 결과 자체. 마지막으로 기타 등이다.
먼저 일반검진 결과통보서, 보통 3장이다.
※'의료급여생애전환기 일반건겅검진' 결과 통보서는 조금 다르다. 두 번째 장은 계측 결과와 문진, 추가 검사 항목 등만 있는데 의료급여 대상자는 만 66세부터는 혈압, 혈액, 소변, 흉부엑스레이 검사가 제외되기 때문이다.
정신건강, 생활습관, 인지기능 등 추가 문진표 평가 결과에 따라 통보서가 따로 나오기도 한다. 특히 생활습관은 처방전 형태로 나온다. 예를 들면 담배는 이렇게 끊으시고, 술은 줄이시고, 근력 운동은 주3회 30분 이상, 식사는 야채를 많이 드시고… 체중은 95%를 목표로 6개월간 매달 1kg씩 빼십시오 등.
구강검진 결과 통보서는 한 장이다.
이제는 털어놔야겠다. 실은 이 글을 쓰기 위해, 그러니까 건강검진을 정리하기 위해서 참 오래간만에 구강검진을 했다. 이상이 없기를 바랐지만, 예상대로 현실은 달랐다. 그 결과 치료를 받고 있고. 뭐 이런 게 딱 검진하는 이유가 아닐까? 내가 혈압약을, 콜레스테롤약을 먹고 있는 것도 다 검진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보신 바와 같이 우리가 하고 있는 건강검진은 모든 질환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가장 흔한 질환을 주로 다룬다.
다시 물어보자. 건강검진이란 무엇인가?
<계속> 다음은 ⑤ 암검진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