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124화 …대신 알림!
-저기 저 VIP 검진은 뭐예요?
아, 저거요. 저거는 그러니까 여기 검진 센터가 생긴…
그렇다. 2007년 검진센터가 문을 열 때만 해도, 또 내가 일하기 시작했던 2010년, 2011년만 해도 요즘처럼 검진이 많지 않았다. 또 그만큼 검진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도 많았다. 그래서 검진센터의 한쪽 벽에 이런 안내 겸 장식이 있었던 것이다.
현재 검진 수검률은, 2018년 기준으로 일반 검진은 77%, 암 검진은 항목별로 차이가 나는데 검진 특성상 수검률이 낮은 대장암(분변잠혈 검사)을 빼면 평균 45% 정도(※참고←누르시오)다. 수검 인원이 늘어난 만큼 검진에 대한 이해도 높아져서 이제 이 안내판의 효용성은 많이 떨어졌다.
-아, 그러니까 요즘에는 다들 하고 또 더 필요한 거는 알아서들 하니까…
그렇죠. 액수를 딱 정해놓고 불필요한 것까지 굳이 하실 필요는 없잖아요? 차라리 비교적 평소에 잘 안 하시는 거, 대장내시경이나 부위별 초음파 검사 같은 거 또 골밀도, 갑상선 기능, A형, B형 간염, 그리고 남성분들은 전립선 같은, 딱 자기에게 필요한 거라든지, 아니면 검진을 했는데 결과에 따라서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그러면 그때 하시는 게 비용도 비용이고 효과적이겠죠.
말하자면 이런 얘기와 검진하러 오신 분들의 사연 그리고 기억에 남는 사건들을 <검진실 블루스>로 일기를 쓰듯 전해드렸다. 돌아보면 검진 관련 정보는 어지간히 다루었고 여전히 새로운 일화를 쓴다지만 중복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거기에 급작스러운 건강 문제로 미루었던 <초음파의 신>과 다른 기획은 거의 방치 상태고…. 해서 일단 그동안 참 심심한 <검진실 블루스>를 그래도 재밌게 봐주신 분들께 먼저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재밌고 다양한 내용으로 meditoon.net 독자 여러분을 뵙기 바란다는 너무 상투적인 인사로 정리를 갈음하고 여기에 눈치 없이 더 큰 성원도 기대해보면서… 하하하!
※<검진실 블루스>는 월 1회, <초음파의 신>은 월 3회 연재합니다. 매월 첫째, 둘째, 셋째 목요일에는 <초음파의 신>을, 넷째 목요일에는 <검진실 블루스>를 연재합니다. 다음 주 목요일에는 <초음파의 신> 10화를 올립니다. 편의상 5번째 목요일은… 새로운 기획 등을 고민하는 데 쓰도록… 즉, 좀 쉬겠습니다.
여기까지, 재밌었거나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 아 참, 이건 0튜브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