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37화 정확한 검사
유방암이나 자궁경부암 검진은 식사와 상관이 없는 검사다. 반면에 위암 검진과 간암 검진은 금식이, 혈액 검사가 들어있는 일반 검진은 공복 상태가 필수다. 여기서 금식이란 보통 전날 저녁 식사 후 밤 9시, 10시부터는 일체의 음식 섭취를 하지 않은 상태, 공복은 아침 식사를 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이렇게 빈속으로 오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검진센터는 늘 오전에, 특히 문을 연 직후 2~3시간이 가장 바쁘다. 000 님은 일반 검진을 받으러 오셨다.
아침은 안 드셨나요?
-먹었는데요.
네? 식사를 안 하셔야 하는데…
-피검사 때문에 그런 거죠?
네.
-그게 제가 알아본 바로는 혈당을 정확하게 체크하려면 밥 먹고 2시간 뒤에 재야된다고 해서 일부러 아침 일찍 먹고 기다리다 시간 맞춰 온 건데요.
아~네. 그거는 ‘식후 혈당’을 볼 때 그렇고 검진에서는 ‘공복 혈당’ 기준이라서요.
-아니, 바로 위에 형이 당뇨거든요. 당뇨에 대해선 잘 알아요. 전화해보니까는 밥 먹고 재는 게 정확하다고 그렇게 하라고 그러던데요. 이게 정확한 거 아닌가요?
어떤 검사가 더 정확한가보다는 기준이 무엇인가로 보셔야 할 것 같은데… 건강보험공단의 검진에서는 ‘공복 혈당’이 기준입니다.
-식후 혈당이 더 정확하다는데 왜 그렇죠? 그냥 해주세요!
이 대목에서 퀴즈 하나.
이 분은 검사를 하고 갔을까요? 못하고 다음에 다시 오셨을까요? 아니면?
※ 대한당뇨병학회 당뇨병 진단 기준
1. 공복 혈장 혈당 ≥ 126mg/dL : 이 기준은 명백한 고혈당이 아니라면 다른 날에 검사를 반복하여 확인해야 한다.
2.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다뇨, 다음, 설명되지 않는 체중감소)과 임의 혈장 혈당 ≥ 200mg/dL
3. 75 g 경구당부하검사 후 2시간 혈장 혈당 ≥ 200mg/dL
4. 당화혈색소 ≥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