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검진실 블루스 ...
의료계에 대해선 ‘의’ 자도 모르던 만화가가 지금은 건강검진센터의 직원이 되었습니다. 전에는 듣도 보도 못한 용어와 수치를 자기도 모르게 외우고 있네요. 그렇게까지 기막힌 사연은 아닙니다만 그 과정에서 느낀 이런저런 생각을 담아서 '검진실 블루스'를 만들었습니다. 작업의 바탕은 주로 2011~12년에 이루어졌습니다. 정리하다 보니 일이 서툴렀던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과는 생각부터 달라진 부분이 많아서 2017년 현재, 굳이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변화한 관점이 그때의 저처럼 검진이 낯선 분이나 이제부터라도 건강검진을 좀더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분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건강검진시스템에 대해서 좋은 점은 좋은 대로, 또 고칠 점은 없는지 함께 고민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관성이 되고 일상이 된 검진센터의 일을 처음의 ‘나’는 어떻게 대했는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가능한 당시 작업을 그대로 올리고 달라진 부분은 짧은 논평을 달겠습니다.
새삼 6~7년 전의 ‘나’를 만나니 온갖 잡다한 생각이 듭니다만…
여러분들은 어떠신지요? 잘 지내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