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140화 암검진이란 또 무엇인가? -6-유방암
⑩ 유방암검진에 대하여
유방암검진은 만 40세부터 2년마다 나오는 여성 대상 검진이다. 방법은 엑스레이를 이용한 유방압박촬영. 상하좌우로 꽉 눌러서 찍는다. 아프다.
유방 전제를 두루 볼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검진 결과에 따라 이상 소견이 있으면 다음으로는 보통 유방초음파 검사를 권한다. 필요에 따라 조직검사 등 정밀검사가 이어진다.
유방암검진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되는 두 가지 큰 줄기는 유방 자체, 조직에 대한 것과 유방 안의 어떤 덩어리이다.

여기서 잠깐, 엉뚱하지만 산불 얘기를 해보자. 산불감시원이 망원경으로 산 전체를 살피는데 안개가 껴서 잘 안 보인다면? 안개가 산불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산불이 났을 때 그 ‘연기’를 찾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치밀한 것 자체가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하얗게 가려서 병변을 구별하기 힘들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치밀유방에 대해 초음파검사 요함’이 등장한다. 엑스레이로는 잘 모르겠으니 다른 검사가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다음은 종괴. 지금은 익숙하지만 처음 ‘종괴’를 들었을 때는 좀 무서웠다. 아무튼, 쉽게 덩어리, 혹이라는 말이다. 이 덩어리는 다시 양성, 악성으로 분류되고 그 종류가 다양하다.

“어차피 매번 치밀유방으로 나오는데 엑스레이 건너뛰고 바로 초음파검사를 하면 안 되나?”
다시 산불 얘기. 저기 멀리서 연기가 좀 보인다, 압박촬영. 거기에서 무슨 일이 났는지 곡괭이 들고 가보자, 유방초음파검사. 특성이 조금 다르다. 곡괭이 들고 무작정 온 산을 헤집고 다니는 것은 힘들고 어렵다.
그리고 다른 검진에도 해당하는 말이지만 같은 곳에서 계속 검진하면 이전 자료와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을 잘 활용하셨으면 좋겠다. 물론 불친절하고 너무 번잡하고 등등 신뢰가 안 간다면 다른 곳을!
유방암검진, 압박촬영은 방사선검사 특성상 정확도가 좀 떨어지는 부분,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정상’, ‘특이소견 없음’, ‘이전과 큰 차이 없음’이더라도 “단, 증상(혹, 분비물, 통증 등)이 있으면 즉시 추가검사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계속> 다음은 ⑪ 자궁경부암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