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보람차긴 한데

공단에 조회하고 오늘 하실 검진항목을 확인하고 소변을 받아오시라고 일회용 종이컵을 드린다. 수검자가 화장실에 가신 사이에 나는 접수를 한다. 지난 47화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접수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일반검진 결과지 1장, 필요에 따라 일반/생애/생활습관 결과기록지 1장, 인지기능 또는 정신건강 1장, 흡연, 음주, 운동, 영양, 비만 등 각각 1장씩. 그리고 위암, 대장암(분변잠혈),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등 암검진 결과기록지도 각각 1장씩.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검진 항목, 수검자 번호, 본인부담금 여부, 통보처, 날짜 등등을 적어 넣는다. 이 검진 결과기록지 역시 원본으로 5년을 보관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접수를 마치거나 마칠 때쯤 대개는 수검자가 소변을 받아 오시게 된다.

000 님이 소변을 갖다 놓고 가시면서 혼잣말을 하셨다.

-아, 내시경을 너무 많이 해… (내시경 예약이 밀려서 많이 기다리셨다는 말씀인가?)

-(돌아보시며) 위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 되는데 내시경 검사를 해도 돼요?

무슨 수술, 혹시 위암 수술을 하셨나요?

-아니 소화가 너무 안 되어서 위 일부를 잘라서 소장에 붙이는 절제술을 했어요, 복강경으로.

언제 하셨는데요?

-3월에요.

올 3월이요?

-예.

그럼 수술 경과 때문에라도 따로 내시경검사 일정을 잡지 않으셨나요? 그렇게 하셨을 거 같은데, 그 수술하신 병원에서.

-6월에 하기로 했어요.

다음 달인데, 근데 위암 검진을 지금 하실라고요? 왜요? 다 같은 내시경인데.

-아니, 뭐가 날라 오고, 자꾸 검진을 받으라고 하니까…

그런 거면 오늘 내시경은 취소하고 그냥 오늘은 일반 검진만 하세요. 자주 한다고 문제가 될 거는 없지만 3월에 수술하시고 따로 6월에 경과를 보시기로 하셨는데 뭐 하러…

- …그래도 되나… 거기서 하는 거는 경과를 보려고 하는 건데.

그니까 경과든 뭐든 같은 검사를 왜 계속 받으세요?

-거기는 검진이 아니잖아요?

검진이 아니라도 같은 검산데. 수술하신 병원이 검진을 하면 6월 그 위내시경 검사를 검진으로 하셔도 되겠지만 그러지는 않을 것 같고. 거기는 일정대로 하시고 필요하시면 올가을이나 겨울에 다시 예약하고 내시경을 하시지요?

000 님은 홀가분하신 듯 표정이 밝아지셨다. 나도 잘 안내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한편 검진센터 입장에서는 예정된 수면 내시경이 당일에 취소되었다. 과연 나는 좋은 직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