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131화 건강검진이란 무엇인가?
① 건강검진 개괄
그렇다. 제목은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유명한 칼럼을 대놓고 따라 했다. 한 번이라도 더 시선을 끌어보고 싶은 이유에서다. 사실 검진하러 오셔서 건강검진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묻는 분은 보지 못했다. 대개는 “이거 꼭 해야 돼요?”, “안 받으면 불이익이 있나요?”, “콜레스테롤 검사는 왜 없어요?”, “물을 마셨는데 (검진해도) 괜찮아요?” 등 구체적이다. 아니지, “이거 꼭 해야 돼요?”는 솔직히 본질적인 질문 아닌가? 아무튼, 해서 나도 건강검진의 정의에 대한 의학적, 학술적, 철학적, 근본적인 질문보다는 그냥 건강검진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거의 10년 동안 검진센터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려 한다. 그래서 ‘아, 건강검진은 이런 걸 하는 거구나’하는 생각이 들면 검진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검진은 크게 2가지이다.
그리고 건강보험 가입자, 피부양자, 의료급여 대상자, 연령, 성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평생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왜냐면,
다만 여기에서는 성인(노년 포함) 건강검진을 다룬다. 아는 게 그것뿐이라서….
일단 언제부터 어떤 검진을 할 수 있는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