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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너무 괜찮으신데

000 님이 오셨다. 38년생이시다. 접수하고 나서 손녀분(?)은 먼저 가셨다. 보호자로 오신 것 같은데 검진을 시작하기도 전에 가셔서 조금 의아했다. 아무튼 오늘은 일반검진과 분변잠혈검사(대장암)만 하신다. 다른 검진은 앞으로도 안 하실 것 같다.

 

만66세, 70세, 80세의 일반검진에는 노인신체기능검사가 있다. 지난해까지는 66세에만 있던 검사다. 검사는 하지기능과 평행성, 두 가지. 하지기능은 앉은 상태에서 시작하여 일어나서 3미터를 걷고 다시 돌아와 앉는 시간을 잰다. 평행성은 한 발로 서 있는 시간을 재는데 눈을 감은 상태 또는 눈 뜬 상태에서 한다. 하지만 모두 눈 뜬 상태로 한다. 눈 감고 한 번 해보시라. 젊은 사람도 힘들다. 하다 다치시면 어쩌려고! 여기에 노인신체기능 평가 관련 문진이 덧붙고 전에도 소개했던 인지기능(치매) 문진도 있다.

 

보호자가 따라서 오실 정도로 걷는데 불편해하셨는데 그래도 하지기능은 9초, 한 발 들고 서 있기(평행성)는 많이 힘들어 하셔서 네 번을 반복하고서야 4초가 나왔다. 인지기능 문진에서는 12점이 나왔다. 5점 이하가 특이소견 없음, 6~30점(최고점수 30점)이면 추가 진찰과 상담 필요. 그런데,

62 노인신체기능검사 copy.jpg

-몇 월 며칠? 잘 모르지.

-놔둔 거? 못 찾아.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하지.

-약속하고 잊어버려.

-(물건 가지러 갔다가 잊어버리고 그냥 오는 거) 많아.

-사람 이름? 생각이 안 나.

-(길을 잃고) 헤맨 적도 있어.

-(계산 능력은) 많이 떨어졌지.

-(예전에 비해 성격) 많이 변했어. 까칠해졌다고 하나?

 

대부분 항목에서 점수를 얻으셨다. 말씀을 들어보니 이미 처방을 받고 계셨다.

 

-치매약이 나는 맞지 않더라고. 그래서 붙이고 있어, 패치를!

 

인지기능 문진을 하면서 이렇게 점수가 높게 나온 분은 내 기억에 별로 없다. 진짜 치매가 있으면 검진을 잘 안 하시기도 하거니와 또 조금이라도 그런 기미가 보일까 싶어 오히려 아니라고 하시는 분은 있어도 말이다. 골다공증약을 드시는데 최근에는 발목까지 삐어서 걷는 게 힘드신 건 잘 알겠지만, 오히려 치매는 모르겠다. 자신의 상태를 너무 잘 알고 계시다.

 

보호자가 먼저 가신 이유를 알겠다.

※참고

하지지능(3미터 걷고 돌아와 앉기): 정상:10초 이내, 경계:11초~19초, 질환의심:20초 이상

평행성(한 발 들고 서 있기, 눈 뜬 상태): 정상: 20초 이상, 경계:10~19초, 질환의심:9초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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