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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화 특이

한해를 마감하는 검진 기한이 다가오면서 검진센터에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다. 그 파도가 크고 거셀수록 평소에는 보기 힘들었던 풍광도 펼쳐진다. 예를 들면…

 

사례 1.

(전화 통화 중)

-아까 소변을 못 받고 갔던…

아, 000 님이요. (접수대 위에 그분의 소변컵이 빈 채로 있다) 네에?

-소변을 꼭 받아야 해요?

일반검진은 하나로 묶여 있는 검사라서… 그래도 정 사정이 안 돼서 못 받으시면 할 수 없지요. 그 검사만 빼지요, 뭐. (성적 발생으로 청구에서 제외하거나 나중에라도 받아서 검사하면 추가 청구함)

-그럼 그냥 (오늘 한 거) 다 취소할까요?

네? 검진한 거를요?

두 시간 전에 일반검진, 위암 검진을 하신 분이다. 글쎄, 빠진 항목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셨던 걸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으셨나? 결국 점심시간 뒤에 오셔서 소변을 받기로 하셨지만, 이유는 알 수 없다. (나흘 뒤에 오셔서 소변 받으심)

125 특이.jpg

사례 2.

(또 전화 통화 중)

-어제 일반 검진을 했던 000인데요.

네에.

-필요해서 그런데 어제 뽑은 피를 돌려받을 수 있나요?

네? (황당)

-그게 00 병원에 다른 일로 왔는데 거기서 전에 뽑은 피를 가져오라고 하네요.

… …(황당X당황)

-그래서 받았으면 하는데요.

병원에서 피를 가져오라고 한다고요?

-아무튼 그게 필요해요.

그게… 의료법상 의료기관에서 채취한 혈액은 본인이라고 해도 가지고 가실 수 없는데요.

-안 된다구요? 그래요, 그럼 제가 복지부에 문의해볼게요.

 

 

드물지만 일어나는 일들이 있고 또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다. 그런데 위의 두 경우는 정말 처음이다. 특이하다고 하기에도 특이하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특이한 사람들, 일들을 만날까? 안 만났으면 하는 일은 안 만났으면 좋으련만. 세상이 그렇지는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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