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노인에 대하여

노인. ‘노인’에 대해 고민을 했던 적이 없다. 적어도 검진센터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만화를 그리는 것이 나의 주된 일이었을 때도, 만화가 단체에서 만화 관련 행정, 사무를 했을 때도 내가 만나는 사람 중에 ‘노인’은 없었다. 그나마 남은 머리카락도 희끗희끗하신, 만화가 특유의 빵모자를 정말 만화처럼 쓰고 계신 원로 만화가를 뵈어도 그냥 어릴 적 보았던 바로 그 만화를 그리신 바로 그분이지 ‘노인’이 아니었다. 출판사 관계자를 만나도 만화 관련 업무의 공무원을 만나도 연배가 있는 분이고 ‘노인’은 아니었다. 내가 만났던 노인, 상대했던 노인은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친척 중에 어르신들, 어쩌다 마주치는 동네의 노인분들 정도. 가끔 폐지를 줍는 노인을 봬도 그냥 타인일 뿐, 힘드시겠다는 정도의 딱 그만큼의 관심일 뿐이었다.

 

검진센터에서는 노인을 자주 만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시로 뵌다. 위암검진을 만40세부터 해서 그런 것도 있을 테고, 젊은이들은 주로 일반검진만 하니까 검진센터에서 머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탓도 있을 거다. 아무튼 한창 바쁠 때 검진센터를 무심코 돌아보면 주로 중장년이고 그중에 노인분을 찾는 건 정말 쉽다. 자주 뵈니 자연스럽게 검진실 블루스의 주인공도 노인이 많고 그만큼 노인에 대한 생각도 잦아졌다. 일단 내가 늙으면 어떻게 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인 노인 문제까지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지만 그래 봐야 그쪽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 결국 다시 돌고 돌아 나 자신의 노인 문제로 끝맺기 일쑤다.

검진하러 오시는 노인분들의 모습은 곧 나의 노인의 거울이 된다. 어떤 거울에서는 멋있고 또 어떤 거울에서는 거북하기도 하고 때로 추하기도 하다. 해서 최소한 저렇게 늙지는 말자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나의 ‘노인’은 어떨까? 잘 모르겠다. 그다지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한 것도 없이 나이 먹어가는 날들, 노후에 대한 불안, 나도 모르게 풍기는 나 자신의 꼰대 냄새 등등. 특히 나의 꼰대 모습은 바로바로 인지하지 못하므로 결과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되고 그 말인즉슨 이미 벌어졌다는 뜻이니. 아, 쪽팔리고 그리고 한숨, 후우~

하루라도 젊을 때 잘 살아가고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야 후회 없는 인생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면 다 그렇게 살게?

 

갑자기 기온이 떨어졌다. 여전히 파란 잎을 두르고 있는 길가의 은행나무가 눈치가 없는 건지 찬바람이 생각 없이 너무 일찍 온 건지. 오늘은 왠지 아귀가 잘 안 맞는 그런 하루 같고 뜬금없이 ‘노인’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 참, 그래서 가을인가? 아침엔 거의 겨울이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