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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어머니가 생각나는 분

어머니 연배의 할머니가 오셨다. 조용하게 검진을 기다리신다. 신문을 볼 때 눈을 가늘게 뜨시기에 갖춰놓은 돋보기를 권해 드렸더니 괜찮다고 하신다. 10년 동안 외손자를 보고 있다고, 그래서 다른 일은 거의 못하고 있다고 하셨다. 동창회도 두 번 밖에 못나갔고, 운동도 못하고…

 

위내시경 검사를 마치고나서 차분하게 한 마디 하셨다.

 

전에는 겁나서 내시경을 못했어.

-그럼 이번이 처음이세요?

두 번짼데 저번보다는 좀 아프네.

-네에. 그러세요. 원장님이 자세하게 보고 나오느라고 시간이 걸렸나 봐요.

 

천천히 걸어 나오시고는 남은 검진들을 차근차근 받으셨다.

보통 건강검진을 받는 절차는 이렇다.

 

먼저 접수를 한다.

접수를 하는 동안 건강보험공단에 수검자가 어떤 항목이 해당되는 지 확인한다. 접수가 되면 문진을 한다. 병을 앓거나 약을 먹고 있는지, 가족력은 어떤지, 술이나 담배를 하는지, 운동은 하는지 등을 묻는 내용이다.

다음으로 기본적인 체위를 측정한다. 혈압, 키, 몸무게, 허리둘레, 시력, 청력이다. 소변을 받고 피를 뽑는다. (※소변을 받는 걸 잊는 경우가 있어서 요즘엔 접수 직후 소변컵을 드린다.) 흉부 엑스레이를 찍고 여성의 경우 유방암 검진을 하는데 역시 엑스레이를 이용한 압박촬영이다. 남은 위암, 자궁암 검진 등을 순서대로 한다. 대장암 검진은 분변잠혈 검사로 대변을 받아오시거나 분변통을 드려 나중에 갖고 오시게 한다. 마지막으로 의사와 상담으로 마무리한다.

결과가 나오는데 시일이 걸리므로 보통 2주 안에 우편으로 결과지를 받게 된다. 당뇨, 혈압, 생애전환기 등 2차 검진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머니 생각이 났다.

나의 어머니는 정년퇴직을 하시고도 쉬지 않고 또 일을 찾은 게 아이를 봐주는 일이었다. 아는 사람 소개로 시작한 일이 잠깐 쉬는 기간을 빼면 근 10년을 계속하셨다. 어머니는 그것으로 손주들 용돈을 주고, 맛있는 거, 장난감을 사주신다. 게다가 가끔 내게도 며느리에게도 용돈을 주신다. 남편을 일찍 떠나보내고 직장 생활로 세 아이를 혼자 키워 내셨다. 그러시고도 지금도 집안에 편히 계시질 못한다. 나와는 달리 워낙 활동적인 분이기도 하지만 실은 내 벌이가 시원찮은 것도 어머니가 일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자식들의 자식들을 봐주시느라 당신은 모임 하나 나가기도 힘든 우리의 어머니들.

 

검진을 마치고 천천히 검진센터 문을 나서시는 할머니의 어깨를 보니 내 어머니의 그것처럼 단단하게 뭉쳐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내 생각해서 친절하게 대해드려!"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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