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무시 그리고 불신

잠시만요. 올해는 분변 검사만 있으신데…

-그거는 작년에도 했어. 그때 여기서 대장내시경 해보라고 해서…

그러게, 양성이셨네. (차트를 보니 분변잠혈 양성, 00대 병원으로 의뢰. 당시에 예약이 많이 밀려 있어서 그런 것 같음)

-그래서 가서 했는데 뭐 이상은 없었어. 내가 변비가 좀 있거든.

변을 자주 못 보시는 분들은 변 볼 때 힘주다가 상처 나고 그래서 피가 섞이기도 한데요.

-근데 거기서 당약을 먹으라는 거야.

…?

-가면 3개월씩 처방해줘. 당약만! 근데 내가 요즘 낮에는 괜찮은데 밤만 되면 그렇게 기침이 나고 그래. 그래서 검진을 할라고 그러는 거지.

검진이요? 근데 올해는 다른 검진은 없어요. 피검사나 내시경 그런 거는 내년에…

-그냥 하면 안 되는 거요?

검진은 아니구요. 검사하는 거야 원하시면 하면 되는데 그건 먼저 진료를 보셔야 해요. 근데 여기는 피검사 결과 그런 게 없으니까 또 검사할 거고 그럼 또 괜히 돈이 들어갈 건데요.

-아니 돈 드는 건 상관없어.

거기서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셨을 거잖아요? 그럼 알 텐데. 거기선 뭐라 그래요? 말씀 안 해보셨어요?

-했지. 했는데 뭐 당약 부작용이라고 그러는데 근데 그냥 당약만 3개월씩 준다고. 내 얘기는 듣지도 않어. 밤만 되면 계속 기침이 나는데.

그 왜 갯벌에 바위섬처럼 물 들어오면 잠기고 썰물 빠지면 드러나듯이 낮에는 멀쩡하다가 밤만 되면 그러신다? (갑자기 씩 웃으심) 많이 불편하세요?

-아니 뭐…

거기서 다른 처방은 안 받으셨어요?

-당약만 줘. 3개월씩. 말을 안 듣는다니까. 그게 처음에 갈 때부터 그랬어요. 거기는 분위기가 그… 무시하는 거 있잖아. 가면 맨날 기다리라 그러고. 당약만 먹으라 그러고.

아~, 그니까 거기를 못 믿겠으니 여기서 검사를 하시고 싶으시다?

-그렇지.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그럼… 검진처럼 그냥 이것저것 하면 돈만 더 들고요. 일단 내과에서 진료를 보세요. 원장님하고 상의하셔가지고 필요한 검사만 받으시구요. 필요 없는 건 안 하셔도 되잖아요?

-그럴까, 그럼?

네, 접수해 놓을 테니까 3층 내과로 가세요.

 

고맙다고 하시며 가셨다. 그리고 20여 분 뒤 검사하러 다시 오셨다. 씩 웃으시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