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133화 그렇다면 일반건강검진이란 무엇인가? -2-문진표 작성
③ 일반건강검진 <문진표>에 대하여
이토록 부정적인 코로나 사태가 검진센터에서 일하는 내게 준 거의 유일하게 긍정적인 부분은 건강검진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년과 똑같으니 새로 적응할 게 없고 익숙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도 없었다. 사실 검진은 해마다 뭐라도 조금씩 바뀌어서 연초에는 크고 작은 실수가 있었다. 아무튼 그런 변화 중에 2018년의 ‘생애전환기검진(만 40세, 66세)과 일반건강검진의 통합’이 가장 컸고 덕분에 일반검진 문진표가 복잡해졌다.
일반검진이든 구강검진이든 검진 전에 문진표를 작성한다. (※암검진 문진표는 암검진편에서) 디자인이 다를 수는 있지만 문진표의 틀은 똑같다. 그렇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구강검진은 만 40세에 추가되는 치면세균막검사 말고는 검진도 문진표도 언제나 같다. 이와 달리 일반검진에서는 특정 연령에 따라 추가 문진표가 등장하는데 앞서 말씀드린 생애전화기검진과 일반검진이 합쳐진 결과다. ‘생애전환기’라고 불렸던 만 40세, 66세에만 있던 정신건강(우울증), 생활습관(흡연, 음주, 운동, 식습관, 비만), 인지기능(치매), 노인신체기능 문진표 작성이 연령별로 확대되었고 또 그만큼 횟수도 늘어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