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81화 검진의 신세계
이제 18년도 건강검진도 청구만 하면 안녕이다. 전에는 1월 31일이 지나야 그야말로 한해의 검진이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지금 1월의 검진센터 풍경은 조금 달라졌다.
아마도 2차 검진이 없어진 게 가장 큰 이유 같다. 혈압과 당뇨의 확진 검사는 검진센터뿐만 아니라 일반 의원에서도 받을 수 있다. 또 하나, 만40세, 66세에 받는 ‘생애전환기 검진’ 이 사실상 없어졌다. 대부분 잘 모르시던데 생애전환기 검진대상자는 검진 결과에 상관없이 모두 2차 검진 대상이었다. 아무 이상이 없더라도 2차 검진 대상이라는 얘긴데 아무 이상이 없는데 무슨 2차 검진? 바로 생활습관, 정신건강 등에 관한 문진을 하는 거다. 이에 대해서는 <검진실 블루스>에서도 몇 번을 썼는데 맞다, 흡연, 음주, 운동, 식습관, 비만, 우울증, 인지기능 등에 대한, 내가 기회 있을 때마다 짜증 냈던 바로 그 문진 말이다. 이게 통합되어 1차 검진 때 한꺼번에 다 하게 되었다. 확진 검사는, 쉽게 말하자면 아무 데서나 할 수 있게 되었고 생애전환기 문진도 1차 검진 때 이미 다 해서 검진센터에 들릴 일이 없어진 것이다.

보통 1월에는 2차 검진을 하러 오시는 분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주로 작년에 하지 못한 검진을 하러 오시거나 부인과 진료를 보러 오셨는데 올해 자궁암 검진에 해당하여 오신 김에 하시는 경우가 많다. 이글을 보시는 분 중에 혹시 작년에 검진 대상자였는데 못하신 게 있으면 그냥 건강보험공단(1577-1000)에 전화하셔서 수검 여부를 확인하고 못 받은 항목은 다시 올해 대상자로 만들고 받으시면 된다. 덧붙여서 검진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 과태료가 나온다, 등등 말이 많은데 정말 그런지 불안하거나 궁금해서 못 참겠다 싶으시면 역시 공단에 문의하시는 게 제일 빠르고 확실하겠다.
그리고 요맘때 오시는 수검자가 또 있다.
바로 연말에 안 하고 연초에 검진하는 분이다. 벌써 검진을 한다고? 하신다. 이른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렇게 일찌감치 검진을 받는 분이 정말 있다. 이 말을 들으니 왠지 나도 지금 검진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번쩍 들지 않으신가? 그래 이거다. 검진하실 곳에 예약이 필요한지는 먼저 확인하시고 가능하면 일찍 검진을 받아보시는 거다.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삶, 미어지는 일상에서 벗어나 연말과는 완전히 다른, 여유와 고요를 느긋하게 만끽하시면서 건강검진을 받아보실 수 있다…고 감히 이 연사 두 손 모아 부르짖는 바입니… 까지는 아니어도 ‘세상에 검진하는 사람이 별로 없네’, ‘와, 기다리지 않고도 할 수 있구나’ 정도는 충분히 느끼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