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일찍 검진하신 그분에게 

지금, 검진센터는 터지기 직전의 풍선 같다. 평소에는 많이 기다려도 30분 안쪽인데 연말, 특히 한해가 얼마 남지 않은 요 며칠은 한 시간은 기본이다. 매년 요맘때 오시는 분은 검진센터는 늘 분주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그래서 수검하는 분에게 이 분주함은 추석에 고속도로 막히듯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고 그래서 이 연말이 주는 긴장감, 스트레스는 어쩌면 일하는 직원들만의 것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오늘은 황당하게도 방사선실과 병리실의 전기가 네 번이나 나갔다. 어딘가 과부하가 걸리거나 누전이 있는 것 같은데 암튼 덕분에 검사는 더욱 늦어지고 찍은 엑스레이가 날아가 버리고. 으아~!

000 님 검진을 이미 하셨는데?

-저요? 안 했는데요.

여기 0000에서 일반 검진, 구강 검진 다 했다고 나오는데요?

-안 했는데…

000 님 생년월일이 00년 00월 00일 맞죠?

-저는 XX일인데.

아~ 다른 분이구나. 이런… 제가 잘못 봤네요. 이름(흔한 이름도 아니었고)하고 생년, 월까지 같으셔서. 아이고 죄송해요. 그럼 여기는 처음이시네요?

하마터면 다른 사람으로 접수할 뻔했다. 오늘 왜 이럴까? 왜 이렇게 뒤죽박죽일까? 생각해보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수검자 중 한 분이 티브이 채널을 0으로 바꿔 달라고 하셨을 때! 내가 참 보기 싫어하는 아침 방송 토크쇼, 우울한 뉴스 그리고 늘 요것만이 정답이라는 하는 건강, 음식 정보 방송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거슬렸던, 것이었던, 것이었더랬다. 그분이 가시고 나서 바로 돌린다는 것이 바빠서 틈을 놓쳤고 그만 한참 뒤에나 채널을 바꿀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 조금이나마 안정을 찾았을 때, 아까 그 000 님, 다른 분으로 접수할 뻔했던 그 000 님과 같은 이름, 생년, 월의 000 님에게 감사한 맘이 들었다. 그분이 일찍 검진하신 바람에 한 번 더 확인하게 되었고 그래서 실수를 막았으니 말이다.

 

해서 일찌감치 검진하시는 분들에게만(!) 인사를 드릴…려다가 사실 저마다 다 사정이 있고 연말에 몰리는 걸 몰라서 그러시는 것도 아니니 이미 수검하신 모든 분과 앞으로 검진하실 모든 분에게 올해 마지막 <검진실 블루스>를 빌려 새해 인사를 드린다.

 

“2020년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잘되시길 바랍니다!”

 

아 참, 그리고 흉부엑스레이가 날아가서 다시 찍으러 오신 두 분에게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한 번 더 드리고… 내년에는 행운이 가득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