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어느 날 문득

어느 날 문득 나는 ‘40대 남성’이 되어 있었다.

 

40대?!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 '짝짜작 짝, 대~한 민국’에서 40대 남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40대 남성 사망률 세계 1위

40대 남성 행복지수 최저

 

며칠 전에도 아내를 잃은 40대의 남성이 아들을 먼저 밀고 따라서 뛰어내렸다.

인터넷 검색창에 ‘40대 가장 자살’이라고 쳐보니 화재로 집을 잃어 자살하고 주식이 폭락해 자살하고 사업 실패로, 실직으로 자살했다. 지방, 서울 할 것 없이 자살하고 심지어 LA에서도 생활고를 비관한 40대가 자살했다.

안타깝지만 그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아이들은 커서 사춘기라고 상대도 안 해 주고 학원비다 뭐다 하여 사교육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간다. 부모님은 기력이 달리시는지 병치레가 잦다. 친척 중엔 치매다 뭐다 해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쳐있는 분들도 있다.

회사는 또 어떤가? 아래에선 능력 빵빵한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위에선 언제 나가나 눈치를 주고 있다. 당장 때려치울까?

자영업이라고 뭐가 다를까. 한 2년 반짝 장사가 잘되는가 싶더니 주변에 비슷한 가게가 생기고 매출은 뚝 떨어졌다. 계속해야 하나? 다른 업종으로 바꿀까?

건강은 그야말로 꺾어진 인생,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덜 남았다. 비만에, 고혈압에 당뇨에, 술, 담배는 끊이지 않고 러닝머신은 사다 놨지만 빨래 건조대로 쓰고 있다. 적금은 아내의 유방암으로 깼고 꼬불쳐둔 돈은 둘째 치아교정 한다고 털었다. 보험은 여력이 없어 팍 줄였다.

아직 대출이자도 다 못 갚았는데…

 

그야말로 ‘전쟁터의 한복판, 지뢰밭 한가운데’ 서 있는 심정이다. 뭐가 날라 올 지 언제 터질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의지할 만한 교두보도 없다.

완전히 사면초가다.

 

그럼 나는 어떤가?

내가 만화를 그려 먹고사는 것을 빼면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애들은? 아내는? 어머니는?

 

마냥 귀엽기만 했던 아이들이 점점 커가고 어머니는 건강하시다고는 하지만 요즘 부쩍 귀가 안 들리시고 수입은 여전히 불규칙적이다. 손에 든 건 없고 주머니는 비어있다.

 

아버지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아내와 세 아이를 남겨두고 돌아가셨다. 그래서 적어도 나는 일찍 죽지는 말아야지 다짐했었다. 하지만 누군 죽고 싶어 죽나? 과로사, 교통사고, 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젊었을 때야 말술을 먹고도 뒤끝이 없었고 밤을 새워도 말짱했지만 이젠 조금만 무리를 해도 바로 신호가 온다. 가진 것도 없는데 몸도 이 모양이니…

 

나는 어쩐다? 이제 어쩌지?

작품을 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뿐, 무엇하나 명확한 게 없었다. 그저 들어온 일을 마감에 쫓겨 하는 정도이다.

그렇게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친구가 솔깃한 제안을 했다.

 

"같이 일해 보자!"

 

그는 춘천에서 개업한 소화기내과 전문의이다.

이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