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걱정도 팔자

요즘엔 접수하고 나서 잠깐이나마 수검자의 차트를 본다. 차트가 익숙해지기도 했고 특히 수면내시경을 하기 전에 미리 알아두면 좋은 내용이 있는데 주로 수면 중 많이 움직이셨다, 수면 유도가 잘 안 되었다 같은 것이다. 잡아야 하니까 말이다.

OOO(여 69세)님이 오셨다. 69세? 65세 이상은 수면내시경이 위험할 수 있게 때문에 안 한다고 말씀드렸다. OOO님은 전에도 수면으로 했고 그냥은 절대 못한다고 하신다. 알고 보니 이미 원장님과 상담을 하신 뒤다. 나는 군말 없이 수면내시경 동의서를 받았다. 보호자로 두 아들과 손녀까지 3명이나 오셔서 걱정도 덜 되었다. 말을 꺼낸 김에 더 여쭤 보았다.

 

평소엔 어떠신데요?

-가슴이 뜨거워요.

네?

-작년에 남편이 췌장암으로 떠났지요. 아들 뒷바라지 한다고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이제 자리를 좀 잡으니 돌아가시네. 이제 좀 편하게 사나 했더니만…

 

가슴이 뜨겁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 본다. 뜨겁다는 게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걸까?

그렇게 내시경 준비가 다 되어 시작하려는데 원장님이 다시 확인을 하신다.

 

 

저번에도 수면으로 하셨다구요? 언제?

-한 10년 되었지요 (에~? 나한텐 작년에도 수면으로 하셨다더니!)

 

수면제를 조금 쓰고 내시경이 시작되었다. 결과는? 약간의 염증 외에는 별다른 큰 이상이 없었다. 역시 신경성?! 별것 아니라는 원장님 말씀에 아드님은 다행이라면서 어머니에 대해 이렇게 말씀 하신다.

 

-걱정도 팔자요. 엄니나 나나.

아버님 돌아가시고 아무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나 봐요?

-그니까 걱정도 팔자라니까요. 술 한 잔도 못하고 예민하고… 그렇게 똑 닮았어. 나도 술을 못하거든요. 둘째는 아녀요. 둘째는 말술에 술 먹다가 실려 간 적도 있다니까요. 나랑 엄니랑은… 후훗

췌장암이셨으면 고생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 (혼잣말로) 그 말을 듣는 게 아닌데…

엄청 고생하다 가셨지요.

두 아들 역시 아버님이 그렇게 되시고는 어머니만은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병원에 안 오시겠다는 걸 억지로 모셔 왔단다. 위는 특히 신경성이 많더라는 말에 다시 한 번 더 걱정도 팔자라고 어쩔 수 없다고 하신다. 별 이상이 없어서인지 OOO님의 표정도 조금은 밝아진 것 같았다.

 

백 번 걱정하느니 검사 한 번 하는 게 낫다는 걸 오늘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