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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오지랖

대기실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시간이었다. 부부가 오셨다. 검진은 부인만 하신다. 잠시 뒤에 보호자로 온 남편분이 할머니를 한 분을 모셔왔다. 그분은 '바쁘겠지만 이 할머니께 좀 잘 설명하고 접수' 해 드리라며 제자리로 가셨다. 고령의 할머니는 작은 체구에 허리까지 굽으셨다. 설명은 접수대보다는 대기실 탁자가 나을 것 같았다. 가져오신 건강검진 통보서를 펼쳐 하나하나 설명해 드렸다.

 

OOO님, OOO님은 일반검진하고 위암, 유방암, 대장암, 자궁암 검진 대상이세요. 일반검진이랑 자궁암은 본인부담금이 없고 나머지는 10% 본인부담금이 있네요. 이건 내셔야 되는 돈이 있다는 얘기에요. (액수까지 말씀 드림.) 일반, 1차 검진은 피, 소변, 엑스레이, 혈압 그런 거, 위암은 위내시경 검사구요. 유방암은 유방을 눌러서 찍는 엑스레이 촬영, 대장암은 대변에서 피가 나오나 안 나오나 보는 검사, 그리고 자궁경부암은 세포 검사에요. 그런데 위암, 위내시경은 예약이 밀려서 오늘은 안 되겠네요.

-글쎄 이걸(통보서) 아들놈이 갖고 있다가 이제 줬어. 나는 그냥…

바로 이때

(그분) 아 이거 할머니 검진 받으시는데 다 해드리지. 좀 도와드려요.

OOO님, 그럼 해당되는 거 다 받으시겠어요?

-나는 그냥…

그럼 1차 검진(일반건진)만 하시겠…

(그분) 모처럼 검진 받으시는데 다 해드려요. 에이 왜 그래?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럼 다 접수해드릴까요?

할머니는 별 말씀 없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셨다.

 

OOO님 근데 위암검진은 따로 예약을 하셔야 돼요. 예약해 드릴까요?

 할머니가 뭔가 말씀하시려는 바로 그때

(또 그분,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예약해드려요. 할 수 있잖아요. 어르신 좀 도와드려요. 우리가 그런 건 해드려야지. 쯔쯧…

결국 접수를 하고 바쁜 와중에 내시경 예약까지 잡으니 그분이 다가와 한 마디 하신다.

 

그래요. 그렇게 해드려야지. 그래야 되는 거지. 할 수 있잖아.

 

어르신들을 잘 모시지 못하는 세상을 개탄하셨고 나도 그런 놈들 중에 하나로  만드셨다. 3~40분이 지났을까, 저 끝 방사선실에서 방사선사 선생님의 불만스런 목소리가 들렸다.

 

-OOO님 맘모(유방 엑스레이) 취소하신대요. 다른 검사도 다. 접수할 때 확인 안하셨어요?

(나) 아니 그게 접수하는 데 어떤 분이 나타나서… 여차저차 저차저차…해서…

-10% 본인부담금도 있는데 그분이 돈 낼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러신대. 아무리 그래도 OOO님 본인 결정이 중요한 거죠.

 

돌이켜보면 할머니는 처음부터 일반검진만 원하셨던 것이다. 휘둘린 내 자신에게 갑자기 짜증이 났고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그분’을 찾아 눈을 굴렸다.

역시나 오지랖이 넓은, 야속한 그분은 이미 가고 없었다. 

예약잡은 위내시경은? 취소했다.

※암검진 10%본인부담금: 2017년 현재 위암 6,650원. 대장암 1,150원. 유방암 3,810원, 간암 8,370원 정도. 1원 단위는 절삭, 촬영방법(필름,CR,DR 등), 검사방법(정성,정량,정밀 등)에 따라 ±몇 십 원 정도 차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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