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117화 바쁜 세상에서 검진하기
‘사람마다 다르다’라고 했을 때 그 다른 것은 다 다르다. 생김새, 성격, 생각, 성향, 취미, 말투, 태도 등등. 그뿐만 아니라 둘러싼 환경도 다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검진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대부분의 수검자는 해당하는 검진을 한 번에 다 한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세상’인데 검진을 하러 몇 번씩 검진기관을 방문하는 것은 아무래도 번거롭다. 다만 50세가 넘으면 매년 나오는 분변잠혈 검사는 특정한 용기에 받아야 하므로 다른 검진을 먼저 하고 나서 분변통을 받아 갔다가 나중에 따로 가져오시는 경우가 많다.
분변 때문이 아니어도 검진을 하나씩 나누어서 하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에도 그 ‘바쁜 세상’ 때문인데 한꺼번에 검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짬이 날 때마다 하나씩 하신다. 이번에는 일반 검진만 하고 다음에 예약해서 위암 검진한다든지 식사 여부와 상관없는 유방, 자궁암 검진은 따로 오후에 하는 식으로 말이다. 간암 검진은 좀 다르다. 검진 주기가 보통 ‘2년마다’인데 비해 간암 검진은 해당 연도에 상반기 하반기 두 번이다. 그러니 그해의 간암 검진을 모두 받으려면 별수 없이 검진기관를 두 번 방문해야 한다.
이렇게 이런저런 이유로 나누어서 검진한다 해도 검진센터의 일이 늘어날 뿐 수검자 입장에서 보면 별 문제는 없다. 설사 조금 번거롭고 불편해도 여건이 그렇게밖에 안 되니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또, 다른 검진은 다른 검진기관에서 하고 특정한 검진만 이곳을 이용하시는 분도 있다. 접수하다가 그런 분을 만나면 그 이유가 궁금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살짝 여쭙게 된다.
하시는 김에 거기서 다 하시지 왜…?
-내과에 약을 타러 오는 김에.
-부인과 원장님이 여선생님이라서.
-여기 검진 예약이 너무 밀려 있어서 일단 급한 것만 먼저 하느라고.
그리고 올해부터 만 20세 이상은 일반 검진과 구강 검진을 2년마다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40대 미만의 대상자 중에 아직도 잘 모르시는 분이 많은 것 같다. 해당 남성분들에게는 따로 이 정보를 전할 기회가 별로 없다. 여성분들은 좀 다른데 바로 자궁암 검진 때문이다. 자궁경부암 검진은 ‘만20세 이상, 2년마다’가 시행되고 있고 이미 많이 이용하시므로 자궁암 검진을 하러 오셨을 때 올해부터는 일반 검진도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곤 한다.
끝으로 잔소리 좀 덧붙이자면… 연말이 될수록 수검자가 몰려서 불편하므로 미리미리 하시고, 일반 검진은 반드시 공복으로, 구강 검진은 치과에서 하시면 되고… 아참, 간혹 구강 검진을 하지 않는 치과도 있으니 가기 전에 확인하시어 괜한 시간 낭비는 피하시고… 또 위내시경처럼 예약이 필요한 거는 꼭 먼저 예약하고 가시고… 에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