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83화 그밖에 달라진 것들
2018년은 건강검진에 큰 변화가 있었던 해다. 그중에 확진검사, 생애전환기검진 통합, 고지혈 검사 ‘4년마다’ 등 굵직한 부분은 52, 81, 82화를 통해 알려드렸다. 이번에는 그밖에 바뀐 부분을 다루려고 한다.
먼저 일반검진 대상자가 20세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일반검진과 구강검진(이하 구강검진 생략)은 40세 미만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중 세대주에게만 적용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모든 대상자로 확대되어 2019년부터는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게 된 거다. 따라서 직장, 지역 가릴 것 없이 피부양자인 무직, 자유직, 취업준비생, 대학생도 모두 대상이다. 참고로 의료급여수급권자는 20세에서 65세까지가 대상이다.
둘째, 우울증검사가 20세, 30세에 추가되었다. 전에는 40, 50, 60, 70세가 대상이었다. 하긴 요즘 젊은 세대는 여러모로 우울할 것 같다.
셋째, 생활습관평가를 일반검진과 분리하여 별도로 검진이 가능해졌으며 이 경우 진찰료가 추가로 산정되도록 바뀌었다. 바빠서 문진만 나중에 따로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해서 이게 현실성이 있겠냐고 비판했던 부분이다. 근데 여기다가 별도의 진찰료라고? 과연 따로 하는 사람이 진짜 있을지 내기하고 싶다. 당연히 나는 ‘없다’에 걸겠다.
넷째, 그동안 정상으로 판정했던 비활동성폐결핵을 정상B(경계)로 판정하도록 바뀌었다. 이거는 솔직히 별 차이를 모르겠다. 다만 이 표현에 대단히 예민한 분이 가끔 있는데 오히려 더 민감하게 느끼시지 않을까 살짝 걱정되기는 한다.
그리고 다섯째, 생활습관평가 내용이 일부(?) 바뀌었다. 요게 재밌다(반어법). 신체활동, 흡연, 음주 관련 문진 항목인데 조금 과장하면 이 부분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매년 바뀌는 것 같다.
신체활동(운동)은 고강도, 중강도 신체활동, 근력운동으로 세분되었다. 근데 세분화라면 음주와 흡연이 장난 아니다.
음주는 횟수로 주, 달, 년 단위와 주종으로 소주, 맥주, 양주, 막걸리, 와인 등 5종, 그리고 음주량으로 잔, 병, 캔, cc로 나뉜다, 여기에 보통 때와 가장 많이 마신 날의 차이까지. 흠, 일단 담근 술은 좀 섭섭할 것 같고 고량주는 소주로 들어가나? 사케도 많이 마시던데…
이에 질세라 흡연도 매년 분화했다. ‘전자담배’ 항목이 생기더니, 이번엔 ‘궐련형 전자담배(이런 게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종전 ‘전자담배’가 ‘궐련형’과 ‘액상형’으로 나누어지고 여기에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항목에는 끊었다면 끊은 지가 몇 년 되었는지도 묻는다. 근데 ‘액상형’은 끊었는지 여부를 묻지 않는다. 대체 왜?
올해부터 새로 검진대상자가 되신 분이 많을 텐데 반드시 공복으로 검진센터를 이용하시길 바라며 구강검진은 검진 가능한 치과에서 받으시면 된다. 끝으로 검진횟수, 시기는 보통 '2년마다'이지만 출생년도 기준 짝홀수로 바뀌므로 검진대상 여부 등 궁금하신 점은 건강보험공단(1577-1000)으로 문의하시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