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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못다 한 얘기, 앞으로 할 얘기들

어느새 100번째 글이 되었다. 숫자에 의미를 두는 편이 아니어서 그냥 하던 대로 소소한 일화 한 편으로 이어갈까 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여기까지 왔으니 마침표 하나 정도는 찍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떤 마침표가 어울릴까? 고민된다. 먼저 한번 돌이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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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만화를 그려보자는 큰 꿈을 꾸고 춘천에 왔건만 6개월이 지나도 지지부진했다. 그래서 일단 병원에서 일하면서 경험을 쌓아가자는 취지로 시작했던 검진센터에서의 일은 ‘이제는 관성이 되고 일상’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건강검진시스템에 대해서 좋은 점은 좋은 대로, 또 고칠 점은 없는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했는데 <검진실 블루스>를 통해 잘 드러났는지는 좀 의문이다. 왜냐면 보통 이런 주제를 다루면 대체로 재미가 없었고 그만큼 독자도 적었다. ‘건강검진을 좀 더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분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어떤 것은 너무 단순하고 또 어떤 것은 괜히 복잡하기만 했다. 마지막으로 ‘나를 돌아보는 기회’로는, 이건 누가 뭐래도 꽤나 효과적이었다. 젠장, 그렇다면 나한테만 도움이 되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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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초기에는 대부분 이미 작업했던 것을 줄이고 다듬어서 보여드렸다. 40회가 지나서는 새로 만든 것이 하나둘 들어가기 시작했고 70화가 넘어가면 거의 다 새 작업이다. 가끔 너무 막히거나 할 게 없으면 발표하지 않은 예전 작업을 뒤져보는데 역시 대개는 재미가 없고 올리기에 부적절했다. 여기서 부적절은 내용이 너무 우울하거나 어두운 것, 내가 다루기에는 부담스럽게 큰 주제, 그리고 개인정보가 부정적으로 노출될 만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아무리 ‘000 님’이라고 해도, 일부러 약간 다르게 그려도-닮게 그리려 해도 의도와 달리 닮지 않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하지만-상황이나 묘사가 당사자라면 충분히 본인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불편하거나 불쾌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물론 긍정적으로 표현한다고 해서 모두 양해되는 것도 또한 아닐 것이다. 해서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 늘 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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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검진실 블루스> 초기에는 주로 기억에 남은 수검자가 주인공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가면 갈수록 내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고 요즘엔 거기에 내 감정만 많이 드러내는 것도 있었다. 이유는 뻔하다. 소재가 떨어져서다. 소재가 바닥난 이유 역시 뻔하다. 건강검진 항목에서 다룰 만한 건 이미 다루었고 더구나 이제는 일이 능숙하기도 하고 또 바쁘다 보니 한 분, 한 분 수검자를 대할 때 개인적인 얘기를 할 기회도, 여유도 별로 없다.

그래도 더 해야겠다. 이것이 결론이다. <검진실 블루스>뿐만 아니고 멈춰있는 <초음파의 신>이나 구상했던 다른 작품도 말이다. 끝으로 독자 여러분께! 부족하지만 그래도 계속 재밌게 봐주십사 하는 염치없는 말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하는 것을 용서해주시고, 그리고 꼭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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