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화 힘으로는 안 된다

월차로 쉬고 오니 병리 샘이 어제 난리가 났던 얘기를 들려주셨다.

 

(병리 샘) 피검사를 하셔야 해요. 조금 따끔할 거예요.

- ….

 

글자 그대로 피골이 상접하신 팔에 주삿바늘이 들어간 순간 000 님이 주사기를 잡아 빼셨다. 병리 샘도, 같이 오신 요양보호사도 깜짝 놀라셨다. 일단 지혈하고 있는데 한 말씀 하신다.

 

-밥 줘, 이년아!

???

 

근처 요양원에서 검진하러 오신 분이었다. 비슷한 연배라도 아무래도 요양원에 계시는 분들이 거동이 더 불편하시거나 인지장애를 가지신 경우가 많다. 실은 그래서 요양원을 이용하시겠지만 말이다. 방사선사 샘을 부르고, 000 님을 모시고 오신 요양보호사 샘까지 힘을 보태서 팔을 부여잡고 어깨를 붙들고는 다시 샘플 뽑기에 도전하셨는데….

 

-밥 줘, 밥 줘! 이년아~! 악, 퉤, 퉤퉤!

침까지 뱉으면서 완강하게 검사를 거부하셨는데 그보다는 근육이랄 것도 별로 없는 앙상한 팔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올 수 있는지 모두 놀라셨단다. 그래도 어쩌겠나, 검사는 해야 하고-산전수전 다 겪으신 병리 샘이 물러나실 분도 아니다. 전에 정말 하염없이 우는 아이를 설득, 30분 만에 뽑으시는 것도 봤다-진이 다 빠진 병리 샘이 혹시나 하는 맘으로 작전을 바꾸신다.

 

000 님, 피를 뽑으면 밥을 드릴게요.

- ….

밥 많~이 드릴게요.

-쪼끔만 줘.

에?

-밥 쪼끔만, 쪼끔만 줘!

 

 

(나) 그래서 뽑으셨어요?

(병리 샘) 네. 이게 이 나이에 제가 얻은 교훈이에요.

‘달래야 한다. 힘으로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