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130화 고치기
채용검진표를 다 써서 새로 프린트하려니 검진표 안의 ‘가슴둘레’가 눈에 거슬린다. 이제 더는 쓰지 않는 ‘가슴둘레’는 화이트로 지우거나 볼펜으로 두 줄 박박 그어 썼는데 번거롭고 지저분했다. 그때마다 원본 파일을 수정해야지 했다가 바쁘다고 미뤘다. 보통 50장씩 뽑는데 이번에는 마침 프린트 토너도 갈 때가 되었다. 새 걸 끼우고 인쇄를 누르려니 이젠 바꾼 토너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에이 씨~.
검진이 뜸한 틈을 타서 후다닥 작업실에 올라가 파일을 열고 가슴둘레 칸을 날리고 저장, 클라우드에 올리고 검진센터에 내려와 다운로드, 50장을 뽑았다. 근데. 이왕 수정한 김에 전반적으로다가 칸 배치, 크기 등등 더 예쁘게 할 걸 싶었다. 나중에? 아니다. 다시 후다닥 올라가…
권 쌤, 이거 어때요? 쌤 말대로 키, 몸무게, 허리둘레를 한 줄에 넣었는데…
-괜찮네요. 근데, 아래 비고란이 너무 큰 거 아니에요?
그런가? 추가 검사 같은 거 쓸 때 넉넉하라고 키웠는데. 그럼 차라리 이름, 생년월일, 차트 번호, 요쪽을 키울 걸 그랬나? 그래 하는 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