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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화 오류 지랄

-내가 예약한 시간이 (9시) 20분인데 지금 20분이 더 지났어. 이게 뭐요?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는 거요?

 

현재 시각 9시 40분. 접수한 시간은 9시였으니 이 말씀은 40분을 기다리셨다는 뜻이다. 뭐라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왜냐하면 위내시경 검사를 할 분이 이분 앞에도 두 분이나 있었고 더 갑갑한 것은 현재 내시경검사실 안에 있는, 위내시경 검사 중 찍은 사진을 서버로 전송하는 컴퓨터가 8시 반부터 그러니까 검진센터 문을 열고 켰을 때부터 지금까지 ‘업데이트 작업 중 27%, PC를 끄지 마세요. 이 작업은 시간이…’ 이 ‘지랄’ 중이었기 때문이다.

 

꼬인 건 어제도 비슷했다. 공단의 검진 조회 사이트가 로그인하면 또 로그인하라고 하고 그래서 또 로그인하면 또, 또 로그인하라고 ‘지랄’했었다. 공단 서버 관리 중에 생긴 단순 오류 같았다. 문제는 당시(8시 20분 현재)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거. 경험상 아마도 9시(그분들 출근 시간이 9시이므로)가 조금 넘으면 고쳐지리라. 아무튼 그 바람에 8시 40분과 9시에 예약하셨던 두 분의 접수가 어정쩡했다. 한 분은 의료급여생애 같고 다른 분은 10%의 본인부담금이 있을 것 같은,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짝 수 년생 직장가입자 한 분이 오셨는데 일반 검진 대상인지 아닌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못 하고 그냥 가셨다(거의 돌려보내다시피 함). 혹여 없는 검진을 했다가는… 으이구. 이처럼 가끔 조회가 안 될 때가 있는데 그래서 이른 봄에 각 가정으로 날아오는, 그 건강검진 안내서에는 검진하러 갈 때 신분증과 함께 이 안내서 안의 검진표(떼어내기 쉬움)를 지참하여 제시하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것이다. 물론 챙겨 오시는 수검자는 5%도 안 된다.

아니나 다를까 9시 10분에 로그인하니 정상으로 돌아왔고 어정쩡했던 접수를 바로 잡았다. 의료급여생애가 맞았고 10% 본인부담금도 있었다. 그리고 그냥 가신 그 직장가입자 그분은 이미 1월 말에 검진(다른 곳에서 하심)을 다 하셔서 오실 필요 없다고 전화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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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 참, 인간이란?! 자기들이 이기(컴퓨터, 자동차, 모바일 등등)를 만들어 놓고도(내가 만든 건 아니라는 게 함정) 뭐가 문제인지 몰라 제어하지 못하는… 그런 존재. 갑자기 자기가 세상을 만들어 놓고도 어쩌지 못하는, 인간다운(?) 조물주가 생각났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자기만 믿으면 된다는 신은 공평과는 거리가 먼, 자기편만 챙기는 조폭 두목 같고, 뭘 하든 세상이 어찌 되든 침묵하는 신은 어차피 계속 침묵할 테니 있으나 없으나 똑같고. 어느 경우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내가 뭘 해봐야 결국 결정은 그의 맘이라서 나는 언제부턴가 무신론자가 되어 있었다. 컴퓨터가 인간을 보면 이런 맘일까?

 

현재 시각 10시 40분. 드디어 업데이트가 끝났다. ‘9시 20분’의 그분은 10시가 넘자 귀가하셨고 위내시경 검사는 다시 예약 잡았다. 그나저나 이놈의 컴퓨터를 어떡한다? 일단 자동업데이트는 막는다고 막아놨는데, 글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안한 이런 내 맘을, 이놈은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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