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적당한 선

수면내시경을 막 끝낸 000 님은 의식이 돌아오기 전인데도 자꾸만 일어나려고 하신다. 내시경 중에도 어찌나 힘을 쓰시든지 당황했었다.

 

000 님! 내시경 검사 끝났어요. 조금 더 누워 계세요!

 

그래도 계속 일어나시려다 마침내 나를 발견하셨다.

 

-뭐 하는 거야? 너, 몇 살이야?

 

말을 섞으면 안 된다. 나는 000 님의 눈을 피해 슬그머니 침대 반대편으로 갔다. 계속 일어나려 하신다. 윗몸을 일으키려다 안 되니 다시 눕고 하다 보니 침대 위로 계속 올라가 머리 하나만큼 침대 밖으로 나와 버렸다. 불안한 자세다. 그냥 가버릴 수도 없다. 하는 수 없이 끌어 내리려다 다시 눈이 마주쳤다.

 

-너, 몇 살이냐?

수 초간 고민했다. 그러는 너는 몇 살이냐고 대들까? 지금 제정신이 아니신데, 욕먹은 적도 있었는데 까짓 이 정도 가지고. 그래도 피하고 싶다. 누워계시라는 말씀을 반복하는 사이 어느 정도 정신이 드신 뒤에는 잠잠해지셨고 나는 얼른 자리를 피했다. 잠시 뒤에 내시경실에서 나오셨다.

 

괜찮으세요?

-어, 어지럽네… 어지러워.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데 깨는데 시간이 걸리는 분도 계세요.

-쫌 어지러워…

편안하게 쉬세요.

-목도 좀 잠기고…

이제 물 드셔도 됩니다. 물 좀 드릴까요?

 

고개를 끄덕이셨다. 물을 갖다 드리니 고맙다 하시고는 자꾸 목을 만지시며 뭐라 하시는데 잘 안 들인다.

 

-(작은 소리로) 전에 목이 잠겨가지고… 몇 개월을 고생해서… 어느 날 몸이 찌뿌드드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계속 안 좋아요. 아침에는 팔다리에 기운이 빠지고. 그래서 강대 병원(강원대학병원)에 갔는데 나중엔 말이 안 나오는 거예요. 알고 보니까 뇌경색이래. 그때부터 한 6개월을 말을 못 했어요.

어이구, 큰 고생 하셨네.

-그나마 다행이지. 친구 놈들 중에는 아예 반이… (반신불수 되었다는 몸짓) 내가 운동을 좋아하거든. 축구고 당구고.

구기를 좋아하시나 봐요?

-네. 공만 보면 아무튼. 축구도 내가 꽤 오래 찼거든. 내가 지금 양띤데 웬만한 젊은 사람보다 공을 더 잘 찬다구. 그런데 갑자기 뇌경색이라니. 후우~. 그때 이후로 조금만 이상하면 한밤 중에도 응급실로 달려갔지. CT 찍고, MRI 찍고 근데 별 이상은 없는 거야. 그러니까 집사람은 싫어하지. 그래도 어쩌냐고? 안심이 안 돼요, 안심이! 아시겠죠?

그런 일을 겪으셨으니까…

-이번에도 속이 안 좋다니깐 원장님이 그럼 한번 보자고 하시더라구요.

괜히 스트레스 받고 걱정만 하시는 것보다는 그게 낫죠.

-근데 별 이상이 없다니 다행이네.

건강에 대해서는 워낙 자신 있었는데 한 번에 무너지다 보니 충격이 더 크셨나 보다. 건강을 자신하다가 병을 키우는 것 보다는 차라리 건강염려증이 나으려나? 약간 병약한 사람이 오래 산다던데, 오래 산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어디까지 걱정하고 어디까지 대비하는 게 좋을지, 적당할는지 잘 모르겠다. 조금만 이상해도 응급실을 찾는 것도, 어지간히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 것도 모두 문제니까.

 

적당한 것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울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