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20화 외식이란 무엇인가?
40세 검진부터는 10년에 한 번씩 생활 습관에 대한 문진표 작성이 있다. 내용은 흡연, 음주, 운동, 영양, 비만 등 5가지이다. 이중 영양(식습관)에 외식 횟수를 묻는 항목이 있다. 직장가입자인 분에게 바로 이 부분을 여쭐 때였다.
직장에서 드시는 것(주로 점심) 말고 따로 하시는 외식은 일주일에 몇 번 정도인가요?
① 주 1회 이하 (5점) ② 주 2~3회 (3점) ③ 주 5회 이상 (1점)
그런데 “배달 음식도 외식인가요?”라고 되물으셨다. 순간 뒤통수가 따끔했다. 지금까지 문진표 작성을 도우면서 처음 듣는 질문이었다. 배달 음식이라? 따져보니 생각은 해본 것 같기도 하지만 기억은 도통 믿을 수 없으니 넘어가고 아무튼. 수검자가 되물으신 배달 음식은 외식인가, 아닌가?
그래서 배달 음식에 대해 검색하고 주변에도 물어보았다. 주변에서는 대체로 외식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검색 결과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2020년에 서울시에서 작성한 ‘서울시 1인 주거 실태 조사’다. 여기서는 ‘1인 가구의 ‘외식’은 가정에서 ‘집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음식점을 방문해 끼니를 해결하는 것을 의미하고, 배달/포장은 외식에 포함하지 않음’으로 정의했다. 배달/포장 음식을 따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외식산업 진흥법’인데 이법의 제2조(정의)에 ‘1. "외식"이란 가정에서 취사(취사)를 통하여 음식을 마련하지 아니하고 음식점 등에서 음식을 사서 이루어지는 식사 형태’로 되어 있다. 왜 ‘취사’가 두 번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법에 따르면 배달 음식은 외식으로 보인다. 아참, 인공지능의 답도 달랐는데 챗 뭐는 외식이다, 빙 뭐는 외식이 아니란다. 근거 역시 위의 검색 결과와 비슷했고 빙 뭐는 대놓고 ‘서울시 1인 주거 실태 조사’를 들이밀었다. 흠…!

영양(식습관) 문진의 취지는 어렵지 않다. 자극적인 거 줄이고 골고루 제때 적당히 먹자는 것이다. 해서 앞서 말한 질문에서 ➂번 주 5회 이상을 고르면 ‘가급적 외식 횟수를 줄이시고, 외식하실 경우에는 너무 짜거나 매운 것, 기름진 것을 피하십시오.’라고 권고한다.
편의점 도시락을 사서 집에서 먹으며 ‘오늘 외식은 나름 괜찮은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직장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왜 외식에서 뺄까? 아마도 사회경제적 관점과 언어, 문화적 관점의 차이에서 오는 애매모호함 같은데 하나하나 따지다간 끝이 없겠다.
대체 외식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