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FBI 할아버지

보호자로 오신 분이었다. 주목을 하게 된 건 부인이 위내시경검사를 받을 때 조금만 참으라면서 내던진 말씀 때문이다.

“1,2분만 참으면 돼. 것도 못 참아? 난 예전에 5분도 참았어. UDT 땐 7분씩 참어.”

“위장병 있는 거, 거는 성질이 못 되서 걸리는 거야.”

숨을 어떻게 5분씩이나 참을까? 검사가 끝나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실 때 여쭤보았다.

 

나: 실제로 위염에는 신경성이 많다네요.

보호자: 그럼. 신경 쓰고… 성질이 그 모냥이니까 걸리는 거지.

-저 근데 해병대 UDT 출신이세요?

그럼.

-몇 년도에…?

1967년이지.

-제가 67년생인데, 대단하시네요.

그땐 대단했지. 베트남에서 작전도 많이 했어.

-베트남도 다녀오셨어요?

그럼.

 

이제부터 베트남 참전 얘기를 듣겠구나 생각했다. 근데…

 

지금 이렇게 사는 거, 다 베트남에서 12년 동안 일해서 그런 거야. 목숨 걸고… 탱크며 쇠며 고철 엄청 실어 날랐지. 배로 말이야. 백호부대가 그걸 했지. 큰 전함으로 한 달이면 7,8번 실어 나른 거야.그걸로다가 포항제철 세우고 고속도로 놓고 그런거 아냐. 박정희라는 지도자가 있었지. 정주영이, 이병철(참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그사람들 덕분에 이렇게 먹고 사는 거 아냐. 그런거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르지. 교수들은 다 알아, 경제하는. 그때 1인당 2만 불씩 받았어. 쇠 들여오고. 그걸로 고속도로 깔고 그런거야.12년 동안 말야. 그거 없었으면 어휴…

근데 요즘 젊은이들이 그런 걸 아나?

 

그러면서 시위 중 구호를 외칠 때 하는 팔 동작을 하신다.

 

이거, 이거 하고. 요즘 사람들은 싸가지가 없어!

 

다시 동작 반복. 말씀을 들으며 ‘그렇죠. 네.’ 혹여 여기서 잘못 대꾸를 했다간…

그때 쏘세지, 햄이 어딨었어? 요새야 넘쳐나지만. 우유도 그렇고. 내가 첨으로 그거 먹은 게 언젠지 알아? 베트남 가는 배에서였지. 얼마나 부드럽던지 씹을 것도 없이 넘어가는 거야. 그러고는 설사를 좍좍했지. 그런 걸 먹어봤어야지? 우유도 그렇잖아. 그땐 마시면 죄다 설사를 하는 거야. 요즘에는 다들 뱃속에 효소가 생겼지만은. 그때는 다들 설사했지. 근데… (내내 못마땅한 표정이시다.)

 

다시 팔 동작 반복, 혀를 차신다.

 

-네, 그게, 참, 그러네요.

 

적당한 대답을 찾지 못해 우물거릴 때쯤 부인의 검진이  끝났고 대화도 거기까지였다. 나가실 때 문을 열어드리니 수고하라고 크게 인사를 해주신다.

 

이분도 젊음을 바쳐가며 살아오신 건데 골이 깊다.

같이 살아가는 방법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