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젠장, 봄이 갔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그 왜 그런 날 있지 않나. 하는 거 없이 바쁘고, 뭔가 산만하고, 사소한 게 엉키면서도 딱히 큰 사건은 없는, 그런 날 말이다.

본인이 어떤 검진을 하러 왔는지 모르셔서 내과와 검진센터를 오르내리셨던 분이 가시니 접수가 밀려있는데 나는 요것만 하면 된다고 재촉하시는 분이 오시고 이 와중에 공단에서는 공문을 확인해달라고 연락이 오고, 수화기는 내려놓자마자 울리고, 소변만 다음에 하면 안 되겠냐고 사정하시고, 내가 안 보는 사이 분변을 놓고 가셨고, 급하다고 우편 말고 전화로 알려주면 결과지 찾으러 오시겠다던 분은 전화를 안 받으시고, 독감검사는 계속 올라오고….

이따가 오후에는 지난주에 했던 MRI 검사의 결과를 들으러 간다. 3개월마다 하던 것을 4개월로 간격을 늘렸고 그 첫 번째 검사의 결과다. 지금 검진센터는 에어컨을 틀었을 정도니 결과를 보고 돌아오는 오후에는 이미 봄이 가고 없을 것 같다. 3개월마다 할 때는 계절이 변하는 경계에 닿아 있어서 바뀌기는 해도 의식할 정도는 아니었다. 근데 넉 달이라는 간격은 딱 겨울, 딱 봄, 딱 여름 이런 식이라서 그런지 그렇지 않아도 후다닥 가버리는 시간이 더 빠르게 느껴지고 나도 모르게 그만 욕이 나왔다.

 

아, 1년 전 봄은 참 경이로웠는데…. 그나저나 이제 제라늄은, 아쉽지만 놔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