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시간을 버리지 마십사

시간은 째깍째깍 가고 있는데 000 님은 결정을 못 하시고 그럴수록 내 마음도 조급해진다.

 

(아무튼) 오늘 일반검진은 하시겠어요?

-(위내시경검사, 대장내시경검사를) 같이 해야 하는데….

 

위암검진은 2년마다 나오고 작년 거는 다른 곳에서 작년에 다 하셨고 올해는 그냥 일반검진과 분변잠혈(대장암)검사만 있고 구강검진은 검진을 하는 치과를 이용하시라는 설명을, 하다 보니 벌써 두 번이나 한 뒤다. 물론 위암검진은 내년에 또 나온다는 것도 잊지 않고 알려드렸다.

 

-아, 할 때 같이 해야 되는데. 그게 그렇게 밀려요? 다른 데도 밀리겠지?

그러게요.

 

내가 직접 알아본 건 아니다. 접수대에 앉아있으면 여기저기 들렀다 오시는 분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그걸 맞춰 보면 단순히 여기만 밀리는 건 아닌 것 같다. 요즘엔 대장내시경검사를 많이 하시니 더 그런 것 같다. 그렇긴 해도 여기가 특히 심하게 밀려있는 건 맞다. 아무래도 다른 곳을 이용하시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000 의원은 어떠신가? 작년에도 거시서 하셨던데. 이런 얘기도 아까 다 해서 내 대답의 길이는 갈수록 줄어든다.

 

-하, 같이 해야 되는데… 대장내시경이 그렇게 밀렸어요?

네!

이제 곧 수면내시경 검사 차례고, 그럼 내시경실에서 나를 부를 것이고, 그럼 나는 이 접수대의 자리를 떠야 하고, 그럼 000 님은 그만큼 또 기다리셔야 할 거고 그러니 서로 아까운 시간 버리지 마십사 하는 바람으로다가 여전히 내 손에 들려있는 소변컵을 살짝살짝 흔들며 애절하게 여쭤본다.

 

오늘 일반검진은 하시겠어요?

-하, 같이 해야 하는데….

오늘 일반검진은 하시겠어요?

-흠….

 

수면이요!

 

소변컵을 든 손이 무너져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