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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헷갈리!

일반검진의 문진 중에 B형 간염에 대한 항목은 B형 간염균 보균에 대한 질문인데 간단하지만 헷갈린다. 사실 균과 바이러스는 다르기 때문에 '보균'이라는 표현은 틀렸다. 정확하게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 여부’에 대한 질문이라고 해야겠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에 문진표에서도 바뀌었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말이다. 하지만 입에 밴 ‘보균자’나 ‘보균’이라는 말이 아직도 가끔 튀어 나오기도 하고 또 통상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아무튼 이게 왜 헷갈리냐면 일단 B형 간염 바이러스의 보유 여부를 다수 쪽으로 묻는 것이 아니라 일부, 소수 쪽으로 묻기 때문인 것 같다. 열에 아홉은 바이러스 보유자가 아니므로 ‘…가 아니십니까?’라고 물으면 ‘예’하고 끝나면 될 것을 ‘…이십니까?’라고 물어서 다수가 ‘아니오.’라고 답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 B형 간염의 바이러스 보유 여부가 원래 헷갈리게 하기 때문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 여부는 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는데 B형 간염 바이러스의 항원과 항체가 또 헷갈리게 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쪽은 항원이고 일으킨 문제를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은 항체이다. 해서 항원은 없거나 적고, 즉 음성(-)이고 항체는 있거나 그것도 많을수록,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있는 게, 즉 양성(+)으로 나오는 게 좋을 것이다. 항원은 없고 항체는 있고! 물론 항원도 없고 항체도 없어도 보유자는 아니다. 백신은 항체를 만들기 위해 맞는다.

그런데 검사에 따라서는 어떤 것은 없는 게 좋고 또 다른 어떤 것은 있는 게 좋은 것처럼 없고(음성) 있고(양성) 그때마다 다르다. 그래서 음성, 양성이라는 표현이 어떤 분들에게는 더 헷갈리게 만든다. 게다가 ‘양성’은 '악성'과 ‘양성’을 말할 때의 ‘양성’과도 발음이 같다 보니 더더욱 헷갈린다. 그래서인지 ‘분변잠혈 검사 결과 음성입니다.’를 보시고는 헉! 마이너스(-), 마이너스는 빼는 거니까 반대 방향, 반대는 부정적이니까 라면서 점점 나아가 ‘아이고 뭔 일 났구나, 나쁘구나’ 해서 문의하시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러니 본인이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세요?, 보유자이신가요? 라는 질문을 처음 들으면 대부분 무슨 뜻인지 헷갈려서 ‘예?’라고 반문하시거나 ‘잘 모르겠는데요’ 하시게 된다. 또는 전에 뭐가 있어서 괜찮다고 들었는데 그게 보유자라는 말인가 생각하시기도 한다. 그러니 다시 물을 수밖에.

 

백신을 맞으셨거나 항체가 있으면 아니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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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헷갈리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검사는 만40세 검진에 포함되어 있으니 평소에 잘 모르셨거나 검사가 필요하신 분은 참고하시길. 아, 그나저나 오늘은 대체 ‘~하기 때문이다’를 벌써 몇 번을 썼는지. 아무튼 더 헷갈리기 전에 여기서 이만 줄여야겠다.

 

 

에? 근데 ‘분변잠혈 검사 결과 음성입니다.’라고 나오면 안 좋은 거냐구요? 그냥 검사 결과 대변에서 피가, 혈액 성분이 없거나 있어도 기준치 이상으로 나오지는 않았다는 말씀입니다.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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