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채용검진 등등

2월도 중순이 지나간다. 벌써 일 년의 10%가 지나갔다고 누군가 얘기하던데. 아이고, 정말 그러네 싶다. 요맘때부터 검진센터를 분주하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는 채용검진이다. 입사하거나 이직할 때 필요한 검진이다. 일하는데 있어 건강상의 문제가 없다는, 의사가 작성하는 일종의 보증서이다. 대표적으로 공무원채용건강검진이 있다. 사기업에 취업할 때도 대체로 이 기준을 따른다. 그 밖에 폐결핵, B형간염 같은 전염성질환, 정신질환, 마약류 복용 여부 등등 각종 자격증, 면허 발급에 필요한 검진도 많이 하신다. 또 대학의 기숙사 입소검진도 꽤 있는데 주로 폐결핵과 B형간염 검사이다. 이 중에 폐결핵검사(흉부엑스레이)만 요구하거나 둘 다 원하거나 검사 항목은 학교마다 다르므로 본인이 어떤 검사를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검진하는 것이 좋겠다.

 

때가 때이다 보니 채용검진을 하러 오시는 분을 보면 일단 축하드리고 싶다. 오늘 오신 분 중에는 이제 갓 22살의 정말 꽃다운 청춘도 있었다. 첫 직장일까? 근데 이분은 의외로 차트 번호가 빠르다. 처방 조회를 보니 감기 등으로 이미 6년 전부터 내과를 이용하셨다. 6년 전이면 ‘하셨다’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고1, 고2 정도? 그런 그가 어느새 직장인이 된 거다. 이렇게 어릴 때 한두 번 내원하고는 한동안 진료 기록이 없다가 성인이 되어 오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럴 때는 뭐랄까,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왠지… 뿌듯하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드디어 이 험한 세상에 진짜로 발을 담갔다는 생각에 연민인지 뭔지 복잡 미묘한 감정이 일기도 한다. 왔다가 가는 것이 인생뿐이던가. ‘힐링’도 왔다 가고 ‘욜로’도 왔다 가고 얼마 전에 온 ‘소확행’도 시간이 지나면 또 갈 거고. 시절이 하수상하니 괜히 심란이 심란하고 막 그런다. 너무 나갔나? 이제 첫발을 내딛는 인생에게, 무한한 가능성에게 어설픈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조용히 건투를 비는 것으로 얼른 마무리 짓자.

이 대목에서 정보 하나. 올해부터 만 20세 이상이면 누구나 2년마다 한 번씩 일반건강검진과 구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99년생부터 해당한다는 말씀. 그런데 채용검진과 일반검진은 검사 내용이 조금 다를 뿐 검사 방법이 거의 같다. 본인이 홀수년도 생이고 채용검진이 필요하다면 어차피 일반검진을 올해 안에 받아야 하므로 한 번에 같이 해서 채용검진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혹 채용검진을 하지 않는 기관도 있을 테니 검진할 곳에 먼저 문의해 보시길. 그리고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일반검진을 할 때도 식사를 하셨거나 공복이 아닌 상태로 오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러면 검진을 받을 수 없다. 채용검진도 마찬가지. 하니 빵조각 하나, 사과 반쪽, 밀크커피 조금… 먹고 가셔서 검사도 못 하고 되돌아오는 불상사는 피하시길. 또 공복으로 가시라면 꼭 물도 안 드시고 가시는 분이 있는데 그런 분일수록 또 소변을 못 봐서 고생하시고…. 물은 실컷 마셔도 된다. 다만 체중에 민감하신 분은 빼고.

 

봄을 기대하기는 이른데 괜히 인생 얘기를 해가지고는 퇴근 후에 술 한 잔 생각나고, 그런 2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