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전 10시가 넘지 않았는데도 검진센터 안이 한가하다. 예약하신 분은 오지 않고 거기에 예약이 필요 없는 다른 검진을 받으러 오는 분도 유독 없는 날, 일 년 중에 몇 안 되는 그런 날이다. 좋게 말해 검진과 검진 사이에 여유가 생기는 날이다. 부인과에서 온 소변검사 컵을 병리실에 전하고 나오다가 문득 내시경검사실 쪽으로 고개가 돌려졌다. 거기엔 채혈을 마치고 진경제도 맞고 이제 내시경검사를 기다리는 000 님이 베드 위에 앉아계셨다. 조용하고 약간 어둑어둑한 내시경검사실 안에 별다른 표정 없이, 무심하게 검사를 기다리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할 것도 없고 해서 그냥 접수대로 돌아와 앉았다.
⑥ 암검진 <공통 문진표>에 대하여
암검진으로 위내시경을 하든 분변잠혈검사를 하든 항목과 상관없이 작성하는 공통된 문진표가 있다. 물론 이 문진표도 내용은 전국 어디나 똑같다. 당연히 암과 관련된 질문들이다.

135화 암검진이란 또 무엇인가? -1-개괄
⑤ 암검진 개괄
국민건강검진위원회의 건강검진 원칙
1. 중요한 건강 문제일 것.
2.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가 가능한 질병일 것.
3. 검진방법이 수용성이 있을 것.
4. 검진으로 인한 이득이 손해보다 클 것.
5. 비용대비 효과가 있을 것.
세계보건기구(WHO)의 검진 원칙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기서 수용성이란 쉽게 받아드릴 수 있나, 여건이 되나이다. 즉, 하려 하지 않거나 치료 방법이 있어도 할 수 있는 인적, 물적 기반이 없으면 소용없다는 말이다.

손발톱과 머리카락만 빼고 어디나 생길 수 있다는 암. 그중에서 위, 대장, 간, 유방, 자궁경부암과 거기에 폐암이 검진에 포함된 이유는 많은 사람이 걸리고 힘든 병인데 일찍 찾으면 고칠 수 있어서 돈을 덜 쓰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유병률이 높은 갑상샘암이 국가암검진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이런 검진 효과가 별로 없어서이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