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화 검은 통, 파란 통

분변잠혈 검사(대장암 검진)를 접수하려고 보니 이미 오늘 날짜로 다른 기관에 수검 표시가 되어있다.

 

오늘 00에서 검진하셨어요?

-안 했는데.

여기(검진 조회 창)에는 하신 거로 나오는데…

-아니야, 나는 그냥… 그게 어디냐 그 건강 보험인가 뭔가 거기서 하라고 해서 가지고 왔는데.

혹시 까만 통에다 받아 오셨어요?

-아니, 이거는 파란 건데.

그거는 보건소에서 보낸 거예요. 아무튼, 근데 오늘 00에다가 대변을 갖다주신 건 아니구요?

-갖다줬지.

갖다주셨다고? 까만 통에다?

-그렇지, 까만 통.

 

상황은 이렇다. 00에서 ‘검은색’ 분변통을 받으셨을 거다. 근데 마침 보건소에서 보낸 ‘9월 30일까지 검진하라’는 문자 메시지와 함께 ‘파란색’ 분변통과 안내장도 받으셨다. 그리고 날 잡은 오늘, 받은 두 개의 통에 분변을 담아 00에서 받은 것은 00에 갖다주시고 보건소에서 받은 것은 여기로 가져오신 것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보통 이른 봄에 건강검진 안내서를 전국적으로 일괄 발송한다. 그리고 각 지역의 담당자는 관할 지역의 건강검진 수검률을 높이기 위해서 평소에도 검진 홍보를 한다. 개인에게는 문자 메시지를, 사업장(직장가입자)에는 공문을 보내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문의가 심심치 않게 이어진다.

 

-이거 9월 30일 전에 안 하면 나중에는 40% 어쩌고 불이익이 있다면서요? 계속 문자 오고 난린데…

 

그 내용을 천천히, 꼼꼼히 확인해보면 연말에 수검인원이 몰리니 미리미리 하시라는 상식적인 것이다. 역시 검진에도 자극적인 메시지가 효과적인 것일까? 뭐 요즘 기사나 뉴스나 온통 자극적인 것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