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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내 말씀 좀 들어 주오

한 가족이 오셨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딸.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이 내시경을 예약하셨고 보호자로 따님도 온 것이다. 나는 처음에는 이 따님을 며느님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께 계속 또바또박 공손한 존댓말을 했기 때문이다. 부모 모두에게나 아니면 한 쪽에 반말하는 것은 봤어도 이런 경우는, 글쎄 딱히 기억에 없다. 예약하신 두 분은 모두 수면 위내시경을 하신다. 예약표에는 두 분 다 일반내시경으로 되어있는데 언제 바꾸셨지?

 

먼저 아버님이 심전도 검사를 받으러 가시고 모녀가 대기실에서 대화 중이시다. 일반 내시경과 수면의 차이에 대해 말씀하시기에 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수면으로 하세요? 수면은 보통 마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신데 마취가 아니라 살짝 잠만 주무시는…

-나도 수면으로 했어? 불편하진 않겠지?

-아버지랑 다 수면으로 신청했어요.

 

내 말씀을 들으시는 것 같던 어머님은 그냥 자기 말씀만 하신다. 말을 계속 하기도 뭐하고 안하기도 뭐한 머쓱한 상황. 나는 슬그머니 말꼬리를 내리고 다음 기회를 노렸다.

대화에 끼어들기는 결국 실패했다. 나와 말은 시작해도 어느 샌가 따님과 얘기를 나누는 과정이 되풀이되었기 때문이다. 설명을 잘 안 해줘서 수검자가 불만을 갖는 경우와는 반대가 된 것이다. 설명해 드리고 싶은데 듣질 않으시다니.

어머님이 수면에서 깨는 동안 먼저 수면 내시경을 하고 나오신 아버님이 접수대로 오셨다.

 

-비용이 얼마냐? 공단(?)에서 하는 검사랑 뭐가 다르냐? 피검사로 무엇을 보냐? 이제 물 마셔도 되냐?

 

이것저것해서 한껏 설명해드리니 속이 조금 풀렸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공단(건강보험공단)에서 검진을 받았다고 말씀하시는 수검자가 생각보다 많다. ‘건강관리협회’를 ‘건강보험공단’으로 착각 또는 오해해서 그러시는 거다. 여기엔 헷갈리기 쉬운 이유가 있다. 뭐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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