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전문용어

-저번에는 쌩다지로 했어요.

네?

-쌩다지로 하는데 계속 구역질이 나서 혼났어용. 그래서 이번에 수면으로 해보려고용.

쌩, 쌩다??

-쌩다지로 하니까 어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며) 힘들던데요.

다지, 쌩다…? 아하, 쌩으로! 그냥. 하하, 일반 내시경을 하셨다구요?

-넹

 

전문용어를 못 알아들어 순간 어리둥절했다.

 

 

※생다지: (순우리말) 공연한 억지 (국어사전)

부모 형제 자매 중에 뇌졸중이나 심장병, 고혈압, 당뇨 기타…

-없습니당.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

-아니구용.

혹시 담배…

-안 합니당.

술은…

-안 마시고용.

따로 하시는 운동…

-해야겠죵?

 

질문이 다 끝나기도 전에 상냥하고 경쾌하게 대답해 주신다. 말끝에 교양이 묻어나는 분이었다. 병원에 오시는 분들의 차림새, 태도, 말투 등을 보면 구체적인 직업은 몰라도 사는 정도나 하시는 일의 강도는 대강 짐작이 간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주를 이루는 직업을 가진 분들은 다들 이해하실 것 같다. 000님은 세련되고 깔끔한 옷차림에 화장도 자연스러워서 경제적으론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분, 그런데다 예의가 갖추어진 말투, 억양이어서 나는 교육 계통의 일을 하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행정직으로 대학에서 20년이 넘게 근무하셨다니 교육 쪽은 맞추었다. 아무튼 기본 검진을 마치고 위 내시경을 기다리시는 동안 수면내시경 동의서를 받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