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화 단골

내가 항암 이후로 살이 빠지기도 했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그런지 반갑게 인사를 드렸건만 잘 못 알아보시는 거 같다. 마스크를 조금 내리고 수염을 기르고 있을 때의 사진이 박힌 직원증이 보이게 카디건도 살짝 젖혔다.

 

-아하, 그이였구만. 난 또 다른 사람인 줄 알고. 어쩌다 살이 그렇게 빠졌대, 그래?

제가 암이었어요.

-으잉? 어디가?

비인두암이라고. 여기에 종양이 생겨서. 귀에 물이 차고 코가 막히고 그랬어요.

-그런 게 있어?

희귀암이래요.

-왜 생겼대?

글쎄요. 원인은 잘 모르겠고. 한동안 비염이 끊이질 않기는 했는데… 이젠 치료는 다 끝났고 지금은 경과만 보고 있어요.

-아이고. 그나마 참 다행이구만.

 

나는 단골손님의 근황이 궁금한데 자꾸 내 얘기만 해서 화제를 돌렸다.

 

요즘엔 어디서 달리세요?

-000에서 달리지. 오늘도 10킬로 뛰었어.

오늘도 뛰셨다고? 여기 오시기 전에?

-안 뛰면 좀이 쑤셔가지고. 하하. (제자리에서 막 뛰신다.)

와하하, 대단하세요.

-이번에 4월에는 북한에서 뛰어.

예에? (내가 잘 못 들었나?) 북한이요? 북한에서, 마라톤을 하신다구요?

-70대 대표로 세 명이 뽑혔는데, 제주에서 한 명, 또… 하여간 나도 뽑혔지.

와아, 하하하

-이번엔 2시간 40분 안으로 뛰어야지.

차트를 흘깃 봤다. 만70세, 우리 나이로는 72세. 얼마 전까지 생인손으로 고생했던 엄지손가락을 보여주시면서 이제 당신도 나이가 들었다며 여기저기 자꾸 고장 난다고 하신다. 하지만 아무리 뜯어봐도 70대로는 안 보인다.

 

-젊었을 때는 조금만 뭐해도 살겠다고 막 그랬는데 지금은 에이, 그러다 가는 거지 싶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해. 허허. 그럼 나중에 봐. 잘 지내고.

 

일반 검진하러 다시 오시기로 하고 남기고 가신 인사말이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마라톤을 하시는 내가 아는 이분은, 삼풍백화점 생존자이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