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쑥스러운 검진

검진센터 일을 시작하고 한동안 나는 주로 남성 수검자의 기초 검사와 문진을 도왔다. 여기엔 일이 익숙하지 않은 것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여성 수검자에게만 해당하는 암 검진 문진표의 항목 즉, 유방암 및 자궁경부암 관련 문항 때문이다. 월경의 시작과 끝, 출산의 여부, 모유 수유 등등을 묻게 되는데 이런 질문을 하는 내가 괜히 쑥스러웠다. 나중에 수검자가 늘어나고 일이 몰리자 사정은 달라져서 민망이고 뭐고 따질 겨를이 없었다. 빨리빨리 수검자를 맞이하는 게 상책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과한 말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월경의 상태, 폐경 여부를 묻는 문항 중에는 ‘➁자궁적출술을 하였음’이라는 대목이 있다. 실제 이 수술을 하신 분은 ‘들어냈다’는 표현을 흔히 쓰신다. 그래서 나도 역시 ‘들어내셨나요?’, ‘들어내셨어요?’, ‘들어내셨군요’라고 하곤 했는데 이런 표현을 들은 수검자의 표정에서 거북한, 뭔가 불편한 표정을 읽었다. 드러냈다? 나쁜 것도 아니고, 무슨 물건도 아니고. 본인에게는 단순히 여성의 상징적인 장기 이상의 의미가 있으리라. 그 뒤로는 ‘수술을 하셨어요?’, ‘수술을 하셨군요’, ‘수술 뒤에 호른몬제를 드신 경우가…’라고 여쭤보게 되었다. 이즈음엔 폐경이라는 말도 거세게 느껴졌었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까?

 

여성 수검자가 민감해하는 부분이 또 있다. 키, 몸무게, 특히 허리둘레다. 허리둘레를 잴 차례가 되면 뭐 이런 것까지 하냐는 반응은 흔하고 숫자를 줄여 달라, 살을 빼고 올 걸 등등 적잖게 부끄러워하신다. 허리둘레는 왜 잴까? 키와 몸무게로 비만도를 계산하는 게 체질량지수(BMI)이다. 하지만 이 수치로는 체지방의 분포를 알기는 어렵다. 허리둘레는 복부비만을 알아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아무튼, 쑥스럽게 여기시는 경우가 많아 무뚝뚝한 내가 이런 대사를 날리기도 한다.

 

-걱정 마세요. 제가 금방 까먹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내 얼굴을 빨갛게 만든 분이 계셨다.

 

-이제 허리둘레를 재볼게요. 팔을 들어주세…

내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침없이 스웨터를 걷어 올리셔서 바로 내 눈 앞에 맨살과 함께 배꼽이 나타났다. 약 0.2초 정도 놀란 다음 침착하게 말씀드렸다.

 

-아, 아아… 안 올리셔도 되, 되, 되는데!

 

그나저나 채용건강검진의 경우 허리둘레는 물론이고 가슴둘레도 측정한다. 이게 공무원채용건강검진 기준을 따르고 이 기준 자체가 오래되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래도 가슴둘레를 왜 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건강보험공단의 검진지침에는 문진표는 수검자 본인이 작성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작성을 도와야만 할 때가 생각보다 많다. 일단, 문항을 이해하지만 익숙하지 않으니 꼼꼼히 읽어야하고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수검시간도 길어져 검진을 받는 당사자가 싫어한다. 또 고령 수검자의 경우는 작성 자체가 어려울 때가 있다.

※‘폐경’을 ‘완경’으로 바꿔 부르자는 의견도 있다.

※체질량지수(BMI)는 체중(킬로그램) 나누기 키(미터)로 25 이상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

※지침에는 허리둘레를 맨살에서 재도록 되어있다. 허리에 가장 잘록한 부분, 배꼽 주변으로 잰다. 그런데 겨울에 옷을 겹겹이 입고 오시는, 연세가 많은 분에게 옷을 다 올리라거나 수검복으로 갈아입고 받으시라는 건 현장에서 적용하기는 사실 어렵다.